"향후 5년은 중국보다 더블딥 우려 줄어든 美주식을 사라"
"이처럼 역사적인 시기에 여러분이 젊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는 것을 지켜보려면 앞으로 오래 살아야 할 테니까요. "

마시모 토사토 슈로더자산운용 부회장은 지난 17일 '슈로더 글로벌 콘퍼런스 2011'에서 주제발표를 시작하며 기자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크지 않았다. 스페인의 국채 발행 실패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유럽지역 기자들은 "스페인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거나 "이탈리아에 대해 좀 더 좋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슈로더의 전문가들은 "유럽이 재정위기를 해결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유럽 현지의 비관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향후 5년은 중국보다 더블딥 우려 줄어든 美주식을 사라"
◆그리스 국채,적정 금리는 -0.2%

콘퍼런스에서는 유럽연합(EU)의 분열,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등 모든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앨런 브라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디폴트에 빠지지 않기 위한 금리 상한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는 연 4.2%,그리스는 -0.2%다.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부채 증가 속도 등을 근거로 이를 산출했다. 그리스의 적정 금리가 '0' 이하인 것은 당장 부채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빚을 내기 위해 또 빚을 얻어야 하는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브라운 CIO는 "유럽이 디폴트에 빠진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그리스는 1829년 오스만튀르크에서 독립한 이후 디폴트를 5차례 선언했으며 미국도 지난 200년간 2번의 디폴트를 겪었다"고 유럽에서 온 기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높은 정치적 저항이 불가피한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빠른 해결책이 환율 조정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브라운 CIO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는 유로화는 독일부터 그리스까지 유로존 국가들의 경쟁력을 18~33%까지 갉아먹고 있다"며 "통화 절하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정 감축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보다는 미국

콘퍼런스 기간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바이너리 아웃컴(binary outcome · 양자택일 결과)'이었다. 두 가지 선택지의 실현 가능성이 반반인 가운데,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 역시 극과 극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와 미국의 더블딥 진입,중국의 경착륙 등이 실현 여부에 따라 투자 결과를 좌우할 바이너리 아웃컴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슈로더의 주요 투자담당자들은 중국보다는 미국을 앞으로 5년간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꼽았다. 미국 더블딥 가능성이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보다 낮아진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주식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평가에서다. 버지니 매소브느 주식종목팀장은 "중국의 임금 상승과 제도 비용 등을 감안한 생산비에서 광둥성이 미국 테네시주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늘어나는 복지 요구와 임박한 지도부 교체도 중국 투자의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런던=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