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까' 이어 '캐니멀'로 글로벌 캐릭터 시장 접수"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니멀'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캔과 애니멀의 합성어인 캐니멀은 캔에서 탄생한 원통형 개와 고양이 등이 몰래 방에 나타나 물건을 갖고 놀며 어질러놓곤 사라지는 내용의 애니메이션.EBS가 지난 3월 첫 방송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렸으며 오는 27일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14개국에서 일제히 방송을 시작한다. 내년 초엔 프랑스 등 유럽과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까지 50여개국에서 방영된다. 올 8월 말부터 방영된 대만(요요TV)에선 지난달 시청률이 동시간대 애니메이션 중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 환경에 맞춰 제작한 캐니멀 앱은 전 세계에서 300만건이나 다운로드됐다. 말하는 앱인 '캐니멀 토킹 시리즈'는 1월 출시된 뒤 한 달도 안 돼 미국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캐니멀 트리플' 게임 앱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앱'에 선정됐다.

문구 완구 의류 식기류 침구 등 100여가지 캐릭터 상품이 대만과 유럽,남미 등에서 출시됐다. 말레이시아 최대 백화점인 팍슨에는 올 6월 캐니멀 단독 매장이 입점했다.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도 전에 가능성을 보고 백화점 측이 공간을 내준 것이다. 캐릭터산업이 발달한 대만의 문화콘텐츠 시장은 한국의 세 배 규모로 추정된다.

캐니멀을 제작한 김유경 부즈클럽 대표(38)는 21일 "라이선스와 판권 등을 합친 수입이 지난해 16억원에서 올해 35억원으로 뛸 것"이라며 "내년에도 테마파크 개설 등으로 로열티 매출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캐니멀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유는 김 대표가 형인 김부경 부즈 대표와 함께 캐릭터 '뿌까'를 만들어 글로벌화에 성공한 경험 덕분이다. 김 대표는 부즈에 몸담고 있던 2008년 '캐니멀' 캐릭터를 세계시장에 선보인 후 매출이 늘자 이듬해 부즈 지분을 정리하고 부즈클럽이란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김 대표는 "독특한 생김새의 캐릭터들이 유치원에서 재미있는 사건을 벌이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수만개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글로벌 마켓에서 6~10세를 타깃으로 선물 꾸러미에서 튀어나오는 캐릭터를 기획,차별화에 성공했다. 상자와 알약,캡슐 등 온갖 꾸러미가 시장에 나와 있지만 캔에서 나온 동물은 없었다.

캔에서 나온 동물은 표준화된 규격이 있어 제작하기에 편한 게 장점이다. 처음에는 개와 고양이 6마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용과 거북이까지 30여마리로 늘었다. 소비자들이 개성적인 동물을 취향대로 고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걸그룹 멤버의 수가 많은 것과 같다. 캐니멀들은 서로 골탕먹이거나 장난을 친다. 실사와 합성해 더 흥미를 끈다.

캐니멀들이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글로벌화에 유리했다.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캐릭터들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더 시선을 끈다. 어린이들은 그 상황을 다양하게 해석해 창의성을 키운다. 언어가 없어도 아이들은 캐릭터 이름을 줄줄 꿴다. 김 대표는 "아시아에서 어린이 캐릭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캐니멀 캐릭터 상품을 다양화하면서도 명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