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2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것을 시사했고,민주당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은 18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민주당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도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며 "더 이상 우리가 내놓을 카드가 없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지에 대해선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몸싸움을 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물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21일로 예정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취소,직권상정 가능성은 더 커졌다.

민주당의 입장도 강경하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한 · 미 FTA를 한방에 강행처리하려다 정권 자체가 한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당론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표결 처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성사되려면 재적의원 295명 중 과반 이상 출석,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295명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148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 의석은 169석이다. 비준안에 찬성하겠다고 뜻을 밝힌 미래희망연대 의석을 합치면 177석이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통과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며 표결 참여를 시사했기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도 표결 처리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마지막 변수로 여겨졌던 당내 협상파 중 대다수가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몸싸움에 동참할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의원은 22명이고,한 · 미 FTA 비준안을 여야 협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서명한 의원은 45명이다. 이들이 표결에 불참하면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이 주목을 받았다.

협상파인 성윤환 의원은 "협상파가 출석을 안해 FTA가 처리되지 않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물리력 행사에는 가담하지 않겠지만 의결 정족수를 위해 출석은 하겠다"고 했다. 홍정욱 의원도 "표결처리 자체에는 이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파 의원을 비롯해 물리력 동원에 부정적인 이들이 많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당장 황우여 원내대표가 몸싸움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22명 중 한 명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들은 몸싸움을 꺼리는 모습이다. 몸싸움 모습이 공개되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