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펀드들이 중국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이 본격화되고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자 이를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도시와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가 20일 보도했다.

◆중국으로 가는 부동산 펀드들

"쌀 때 잡자"…소로스 등 큰손, 中부동산 투자
홍콩 투자회사인 중신자본지주는 최근 2억2500만달러 규모 중국 부동산 펀드의 자금 모집을 마쳤다. 이 회사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안투자 회사로 약 38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펀드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 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펀드 규모를 6억달러로 늘려 주로 중국의 중소(2~3등급) 도시 부동산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949억달러 규모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계 CBRE그룹도 4년 만에 중국 부동산시장 투자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리처드 반 버그 중국담당 매니저는 "중국 부동산시장은 내년 초부터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중국과 홍콩에 투자할 부동산 전문펀드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미국 대형 사모펀드 KKR도 중국 부동산회사 위안양(遠洋)부동산지주와 1억4000만달러 규모의 공동펀드를 만드는 등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부동산 펀드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주택보다는 상업중심지구의 오피스용 부동산과 재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도시보다는 성장성이 큰 중소 도시에 투자하되 주로 홍콩에 상장된 부동산업체를 통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조정 오래 안 간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0대 도시의 부동산가격지수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상하이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고점 대비 20~30%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실시해온 구매제한(限購) 대출제한(限貸) 가격제한(限價) 등 전방위 부동산 억제책을 지속할 계획이어서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 부동산시장을 노리는 것은 중국 부동산의 가격 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 버그 매니저는 "시장이 1년6개월 정도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시장 조정기가 3년까지 연장되더라도 처음 1년 반은 중국의 중소 도시에 투자하고 그 다음은 대도시에 투자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트 지 사빌리스부동산서비스 투자부문 이사도 "지금의 상황은 많은 펀드들이 하루아침에 중국을 빠져나갔던 2008년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조정이 일시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런민대 경제연구소는 이날 중국 정부가 내년 하반기에 대출제한과 구매제한 등을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류위안춘(劉元春) 런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집값 하락은 정부 정책의 산물인 만큼 경제에 큰 악영향을 초래할 정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집값 하락 추세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강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