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세네갈의 대형 캔참치 업체를 인수하고 현지 어획권까지 확보했다. 2008년 세계 최대 캔참치 업체인 미국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지 3년 만의 해외 인수 · 합병(M&A)이다.

동원그룹은 세네갈의 수산업체 '소시에테 누벨 드 콘세르브 뒤 세네갈(SNCDS)'의 모든 자산을 21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과 쿠라이치 티암 세네갈 해양경제부장관 등 양측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영역 넓히는 동원의 '참치제국'

'참치제국' 동원, 阿 최대 수산회사 삼켰다
SNCDS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최대 수산 캔회사다. 한 해 최대 2만5000t의 참치와 정어리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세네갈 정부가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나머지는 프랑스 계열 투자자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무관세로 유럽에 수출되고 있어,동원그룹의 이번 SNCDS 인수는 사실상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원그룹은 현지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SNCDS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회사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스타키스트를 통해 미주시장에도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은 이날 "향후 세네갈의 지역경제 발전과 동원그룹의 세계 수산 식량자원 확보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네갈 인근 어획권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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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금액만 놓고 보면 '대어급'은 아니지만,해외 수산자원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동원그룹은 SNCDS 인수와 별도로 세네갈에 추가로 자금을 투자,인근 해역에서의 어획권도 허가받기로 했다. 투자 예정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참치 어획량이 줄어들고 가다랑어 값이 뛰면서 수산업체들은 치열한 원어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네갈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동원그룹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우선적으로 선망선과 트롤선 등의 어획 라이선스를 받고 향후 추가적인 어획권을 허가해주기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이번 투자로 어획 기업인 동원산업 외에도 동원시스템즈(포장재) 동원F&B(가공식품) 등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안정적인 수산자원 확보처를 마련하고,동원시스템즈는 포장재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원F&B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SNCDS에 전수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추가 M&A 계속 모색할 듯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와 SNCDS에 이어 해외에 적합한 매물이 나오면 추가 인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키스트 인수 이후 경영실적이 개선되면서 해외 캔참치 업체들로부터 M&A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며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업들은 추가로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 동원그룹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1500만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SNCDS의 연 매출을 5년 안에 1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SNCDS의 경영 상태가 최근 상당히 악화돼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SNCDS는 최근 참치 원어공급 부족과 경영난 등에 시달리면서 생산시설 가동률이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2008년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M&A로는 역대 최고 규모인 3억6300만달러에 스타키스트를 인수,당시 적자 상태였던 스타키스트를 경영 참여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경험이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