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국경 없는 의사회' 만들고 싶어"
1994년 동아프리카 콩고의 작은 마을 '촌도'.동네 어귀에 있는 세 그루 나무 아래엔 매일같이 아프고 헐벗은 이들이 몰려왔다. 첫째 나무엔 '고열' 둘째 나무엔 '배앓이' 셋째 나무엔 '영양실조'란 팻말이 걸렸다. 40대 초반의 한국인 의사는 이 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을 진료하고 약을 지어 줬다. 그곳에서 세계적인 NGO(비정부기구) '국경없는 의사회' 봉사자들을 만난 이 의사는 의료봉사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글로벌 의료NGO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전국 의과대학 동아리 '한국누가회'와 함께 준비한 끝에 1997년 '글로벌케어'라는 의료봉사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국제의료구호NGO인 글로벌케어는 지금까지 14년간 터키 지진,아이티 강진 등 재난지역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벌였다. 베트남 언청이 아동 수술,이집트 심장병 어린이 치료에도 앞장섰다. 조건 없는 의술을 통해 지금까지 13만5000여명의 생명을 구한 글로벌케어의 박용준 회장(56) 이야기다.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의 희망 주치의'라는 슬로건을 내건 글로벌케어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에서 주는 제23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회장은 서울 도곡동에 있는 '삼성타워팰리스클리닉 내과' 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18일 기자와 만난 박 회장은 "이번 수상은 글로벌케어 봉사자들에게 생수 같은 새로운 힘을 줄 것"이라며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힘차게 뻗어서 지구촌을 섬기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보람도 많았다.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가 났을 때 경기도 방역팀과 함께 구조활동을 갔는데 그 팀이 또 언제 봉사활동을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거기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베풀면서 봉사자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 봉사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주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진행한 구조 · 봉사활동에 의사만 참여한 것은 아니다. "음악가도 오셔서 거기서 진료하는 동안 연주를 해주시고 한 사업가는 청소하고 천막 치는 일만 하는데도 매년 오세요. 여러 직종에서 근무하는 많은 후원봉사자들 덕분에 재정이나 인력 등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

글로벌케어에는 150여개 병원과 자원봉사자 500여명,후원자 1000여명 등 3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6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해외 봉사뿐아니라 국내에서도 독거노인,저소득가정 아동 등을 돌본다.

박 회장은 10년 후 세계 50개 나라에 지부를 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제 의료NGO는 나눔의 통로입니다. 과거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던 한국이 이제는 사랑을 나눠주는 축복의 나라가 된 것이죠.이 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달릴 것입니다. "

올해 아산상 의료봉사상은 대구 · 경북지역에서 무료 진료를 펼치고 있는 성심복지의원,사회봉사상은 청소년보호치료시설 효광원의 김영환 지도신부,특별상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열린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