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과 세계연합팀 간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 팀 핀첨 미 PGA투어 커미셔너는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1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 개회식에서 "2015년 대회를 한국에서 연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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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함께 메이저대회를 능가하는 '빅 이벤트'로 치러진다. 지금까지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한 나라는 미국 외에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캐나다 등 4개국뿐이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하게 됐다. 2013년 제10회 대회는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에서 열린다.

◆박삼구 끌고…류진 밀고

프레지던츠컵의 국내 유치는 박삼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합작품이다. 박 회장은 2006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핀첨 커미셔너를 만나 프레지던츠컵 개최 의사를 처음으로 전달했다.

박 회장은 귀국 후 KPGA 사무국에 대회 유치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지시했고 이후 미 PGA투어 사무국 및 매니지먼트회사인 IMG 등과의 교류를 통해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2009년에는 당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을 만나 대회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2009년 11월 방한한 핀첨 커미셔너에게 2015년 한국 개최를 공식 제안했으나 당시 남아공과 아르헨티나,일본,중국 등도 관심을 표명하며 경쟁에 뛰어들어 유치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 때 '구원 투수'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나섰다. 류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등과의 각별한 교분으로 PGA투어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류 회장은 국내를 찾은 PGA관계자들에게 국내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소개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박 회장이 앞에서 끌고 류 회장이 뒤에서 밀면서 프레지던츠컵 유치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특히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둔 박 회장은 국내 골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이정표를 선물로 안겨주고 떠나게 됐다.

◆개최지는 미정…내년에 발표

어느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릴지 초미의 관심사다. 당초 곤지암CC에서 열리는 것으로 거의 확정됐으나 막판에 무산됐다. 곤지암CC 관계자에 따르면 "모두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곳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종 결정단계에서 틀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PGA투어 관계자들이 사전 답사를 마친 골프장은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와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CC,인천의 스카이72CC 오션코스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개최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잭니클라우스는 시니어PGA투어인 챔피언스투어를 개최하고 있어 유리한 상황이지만 대회 과정에서 주최 측과 골프장 간의 잡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다른 곳에서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