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수에 이색사업 잇단 등장…車 꺼내주고 하루 수입 200만원
택시 운전사였던 태국의 섬바트 카우생씨는 최근 사업가로 변신했다. 홍수로 몰던 택시가 잠긴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의 차를 옮길 방법을 궁리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커다란 스티로폼으로 자동차를 둘러싸고 밧줄을 차에 연결해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스티로폼의 부력때문에 차가 물에 떠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카우생씨는 수해 자동차 이동 사업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수입은 2000달러나 된다.

방콕포스트는 "카우생씨처럼 자연재해를 기회로 이용해 높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카우생씨처럼 재난을 활용,사업가로 변신하거나 아이디어 상품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태국 홍수에 이색사업 잇단 등장…車 꺼내주고 하루 수입 200만원
50년만의 대홍수가 발생한 태국에서는 '물'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쓰레기와 하수구 오물들로 오염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다스타볼'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태국 중소업체 다스타가 내놓은 이 제품은 새우 먹이와 진주암 등을 섞어 만든 것이다. 탁구공만한 다스타볼을 물에 넣으면 박테리아 등이 죽는다. 24시간 안에 물은 깨끗해지고 냄새도 사라진다. 태국 국민들은 가정에서 쓰는 물을 정화하기 위해 다스타볼을 주문하고 있다. 태국 정부도 다스타볼 1000만개를 주문하기로 했다. 태국에서는 자동차,냉장고를 덮을 수 있는 방수용 덮개와 잔디깎기를 이용한 제트 스키 등을 찾는 고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대지진을 겪은 일본에서도 재난용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 중소업체 코스모파워는 지진과 쓰나미에도 견딜 수 있는 강화 유리섬유 캡슐을 출시했다. 어른 4명이 들어가 대피할 수 있는 크기다. 이 캡슐 가격은 4000달러 정도다. 고가에도 지금까지 700개 가량 팔렸다. 지난 여름에는 옷에 뿌려 차가운 감촉을 느끼게 해주는 '의류용 쿨링 스프레이'도 나왔다. 고바야시제약은 전력 부족으로 각 기업과 가정이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자 이 스프레이를 내놓았다. 옷에 묻은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열도 함께 빠져나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절전용 아이디어 상품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재난이 발생한 곳을 집중 공략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와플 판매업체인 '와플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허리케인 등으로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는 곳을 주로 찾아간다. 와플하우스는 재난 매뉴얼을 마련해 두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휴대용 전력기를 대량 확보하고 각 지점과 무선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센터까지 세웠다. 지난 8월 미국에 허리케인 '아이린'이 발생했을 때 와플하우스의 매출은 평소보다 매출이 3배 가량 증가했다. 다른 레스토랑들은 재난이 닥치면 영업이 어렵지만 와플하우스는 정반대다.

방콕포스트는 "재난이 닥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력 공급 차질로 부품 조달과 배송 등에 어려움을 겪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