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채금리 年5%대가 매수 타이밍"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에 따라 시장 흐름이 시시각각 바뀌어 섣부른 판단으로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을 입기 십상이다.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지명되는 등 재정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인 지난 14일 코스피지수는 2.11% 오르며 1900선을 탈환했지만 15일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소식에 16.69포인트(0.88%) 하락한 1886.12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와 유로 · 달러 환율 등 재정위기의 진행 상황을 총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중장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을 권했다.

◆伊 국채 금리 하락 때까지 신중한 접근

"이탈리아 국채금리 年5%대가 매수 타이밍"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표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대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주식 매수를 최소화하고 주가 반등 시에는 추가 매수보다는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연 5%대를 유지했으나 지난달부터 급등,지난 9일에는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인 연 7.24%까지 상승했다. 11일에는 연 6.45%로 떨어졌지만 이날 다시 연 6.70%로 올랐다.

김낙원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유럽 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독일 국채 금리와 이탈리아 국채 금리 간 격차가 4%포인트 이내로 줄어야 시장이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연 6%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 · 달러 환율도 판단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 · 달러 환율이 상승(유로화 강세)하면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환율이 하락(유로화 약세)하면 사태가 악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이사는 "재정위기의 진행 상황은 결국 통화 가치로 나타난다"며 "유로 · 달러 환율이 유로당 1.4달러를 넘어 상승을 지속하면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 · 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유로당 1.41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가 부각되면서 급락,이달 들어서는 1.35~1.38달러에 머물러 있다.

◆금융주 투자는 유리보-OIS 하락 이후

유럽 관련 지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과 중국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 소비지표 개선과 함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를 1순위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화학과 정유 업종이 중국 긴축 완화 기대감에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IT와 자동차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은 있지만 업황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IT와 중국 내수 소비 수혜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금융주는 유럽 은행권의 신용경색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하방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유럽 은행권의 단기 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유리보(은행 간 3개월물 금리)-OIS(은행 간 1일물 금리) 스프레드는 7월 말 0.3%포인트 안팎에 머물다가 최근 0.9%포인트대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스프레드가 하락 반전하는 시점에 금융주 투자를 노려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