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vs LPG, 택시엔진 싸움 '2라운드'
E1과 SK가스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LPG협회가 15일 LPG 직접분사(LPDi) 엔진을 개발해 공개했다. LPDi 엔진은 가솔린 직접분사(GDi) 엔진 원리를 LPG(액화석유가스)에 적용한 기술로 주연소실에 액체 상태의 LPG를 직접 뿜어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LPG 차량보다 연료 효율을 10%가량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LPG 업계 주장이다.

엔진 개발에 참여한 박삼수 고려대 교수는 "직접분사방식 엔진은 엔진과 연료계,제어장치(ECU) 등의 최적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라며 "이 엔진 개발로 국내 LPG 차량의 기술경쟁력을 일본,유럽보다 최소 5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지난달 클린 디젤엔진을 장착한 택시 시범사업을 본격화한 데 이어 LPG협회도 LPG 엔진을 개발하면서 에너지회사들이 택시 엔진을 놓고 맞붙게 됐다. 왜 이런 싸움이 벌어진 것일까.

LPG협회 측은 이 엔진 개발로 클린 디젤엔진을 앞세워 경유 활성화를 주장하는 정유업계 공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LPDi 엔진은 가솔린 대비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출력은 가솔린과 동등한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유로6와 미국 SULEV 배출기준을 모두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와 LPG업계의 자동차 엔진싸움은 지난달 27일 국회 디젤포럼이 클린디젤택시 시범 운행결과를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포럼은 3개월간 현대차 i40왜건형 5대를 클린택시로 전환,시범 운행해 본 결과 "연비가 LPG택시보다 2배가량 좋고 이산화탄소발생량도 LPG 대비 10% 낮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LPG택시에만 면세혜택을 주지 말고 디젤택시에도 혜택을 똑같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LPG업계를 자극했다.

LPG업계는 몇 년째 수익 정체에 빠져 있다. 난방용 연료시장을 도시가스(LNG) 업체에 내주면서 가정 · 상업용 연료 수요량이 2006년 194만8000t에서 작년 162만5000t으로 급격히 줄었다.

LPG를 난방용 연료로 쓰는 가정이 서민 · 취약계층에 한정되다 보니 국제값과 환율이 뛰어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LPG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과 상업용 LPG 수요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시장마저 정유업계에 넘겨주면 경영악화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택시 연료용 시장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25만5000여대로 99%가 LPG를 연료로 쓰고 있다. 택시용 LPG 연료 시장만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경유가 남아 돌아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도 정유업계가 경유 수요 확대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환율,국제 정세,수입가 변동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불안정하다"며 "국내 경유 수요를 늘리게 되면 그만큼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