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네 복지센터가 일자리 지원까지
호주에 사는 마이클(가명)은 지난달 다니던 목공소에서 쫓겨났다. 매일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당장 가정의 소득이 '0'이 됐고 아내와의 불화도 심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지역 '센터링크(centre link)'에 전화를 걸었다. 센터링크는 호주의 '복지 전담 동사무소'다. 간단히 사정을 들은 상담원은 마이클을 센터링크로 불렀다.

센터링크에 도착한 그는 일단 근로능력을 측정한다. 상담원은 알코올 중독이 문제일 뿐 마이클의 목공 능력은 충분히 재취업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정부 자금으로 1만호주달러의 '근로능력계좌'를 만들어준다. 이 돈은 재취업을 위한 투자에만 쓸 수 있다. 상담원이 직접 어떻게 돈을 쓸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 준다. 그리고 센터링크와 협약을 맺은 민간 중독 치료소와 상담소를 연결해준다. 마이클은 두 달 뒤 재취업이 됐고 부부관계도 나아지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실업률은 4% 선으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고 복지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90% 수준으로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수요자 중심의 통합 서비스 제공 △현금 보조가 아닌 취업 중심의 효율적 복지 △공무원들의 높은 책임감,민간과의 네트워크가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호주 · 뉴질랜드 복지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통합 서비스다. 중앙정부에선 각각의 부처가 복지 정책을 만들지만 이 정책들에 대한 실행을 전담하는 부처는 따로 있다. 중복 수급을 막고 정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이 부처 산하에 있는 일종의 동사무소인 호주의 센터링크와 뉴질랜드의 '커뮤니티링크(community link)'는 말 그대로 '종합복지센터'다.

현금 보조,재취업,청소년,노인,교육,학자금 융자 등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취업 관련은 고용부 산하 '고용센터',일반 민원은 지역 주민센터(동사무소),보험 수급 관련은 각 보험공단 지사로 나눠져 있어 수요자가 필요한 복지 담당자를 찾아다녀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다.

복지정책의 우선 순위가 취업에 맞춰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뉴질랜드는 1990년대 이후 보편적 복지에서 맞춤형 복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고 최근엔 그 기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무원들의 업무 자세도 다르다. 호주의 경우 각 센터링크는 중앙정부와 계약을 맺는다. 공공기관이지만 중앙정부를 대신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업체처럼 활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가 노인 복지를 위해 10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면 센터링크는 사용 내역과 수요자의 만족도를 보고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중앙정부는 이듬해 해당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