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나, 떨고 있니?"
올 연말부터 내년 6월까지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세대교체 목소리도 높아 상당수 CEO가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중 미래에셋을 제외한 9개사의 CEO가 올해 말부터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만료되거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초 거취가 결정되는 사람은 은행지주회사나 대기업계열 증권사 사장이다. 이들 회사의 주주총회는 내년 5월 열리지만 보통 그룹 임원인사 때 함께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98년 부국증권 사장을 시작으로 14년째 CEO를 맡고 있는 증권가 최장수 CEO다. 리더십이 뛰어난 데다 작년 11월 옵션쇼크 때 중징계를 받을 뻔한 위기를 넘기는 등 운도 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걸림돌이다. 7~9월 순이익(국제회계기준 · IFRS 기준)은 9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0% 급감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분기 평균 순이익(226억원)도 2009~2010년 분기 평균(64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김 사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려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내년 5월 임기가 끝난다. 재임기간 조직과 고객에게 '1등 증권사'라는 인식을 심어줘 회사 안팎의 평은 좋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하지만 올 분기별 평균 순이익(IFRS 기준)이 426억원으로 2010년(595억원)보다 30% 줄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고려대 출신 경영진이 많다는 따가운 시선도 걸림돌이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임 사장은 대우증권의 약점인 투자은행(IB) 사업을 강화했다. 최근 1조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도 '코드'를 맞췄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연임에 성공한 CEO가 없다는 게 부담이다.

내년 5월 임기 만료인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이르면 연말 그룹사장단 인사에서 유임 여부가 결정된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임기가 2014년 6월로 2년6개월이나 남았다. 하지만 연말 그룹인사 때 인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이다. 취임 후 사실상 첫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도 내년 2월까지다. 옛 증권업협회장 경력까지 포함하면 세 차례 임기(총 8년)를 채웠다. 전 · 현직 증권사 사장들이 후임 회장으로 하마평에 올라 있어 증권사 CEO 인사와 맞물려 인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