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이겨낸 청춘불패…"하루하루 기적이었죠"
"15년 동안 못난 리더 때문에 멤버들이 고생했죠.때론 '너희들 잘하지만 나올 때가 아니다'는 말에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팀이란 뭔가를 잘하는 사람이 모인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걸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 모인 것 아닌가요. 이 영광을 부모님과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우리 멤버들에게 돌립니다. "

케이블TV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 결승전에서 우승한 4인조 '울랄라 세션'의 리더 임윤택(31).위암 4기로 투병 중인 그는 12일 새벽 우승이 확정된 순간 멤버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고 항암치료 후 막 자라기 시작한 머리를 공개해 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임윤택과 박승일(30) 김명훈(28) 박광선(21)으로 구성된 울랄라 세션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결승에서 버스커 버스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전 온라인 투표(5%)와 심사위원 점수(35%),시청자 문자 투표(60%)를 합산한 평가에서 울랄라 세션은 45점,337점,600점을 각각 기록해 1000점 만점에 982점을 얻으며 50점,326점,251점으로 627점을 받은 버스커 버스커를 압도적인 점수 차로 눌렀다.

탄탄한 보컬에 춤 실력까지 겸비한 이들은 매번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투병 중인 임윤택의 투혼은 감동을 더했다. 방송 중간 위암 3기가 아닌 4기라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그는 무대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1년 전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지금도 아침에 다른 멤버들을 다 깨우고 시간이 나면 운동도 한다"고 말했다. "VCR에 얼굴이 하얗게 나오는데 저는 원래 하얗습니다. 치료해주신 교수님이 지금 속상해해요. 너 괜찮은데 왜 그렇게 화면에 (창백하게) 나가냐고."

건강이 좋아진 원동력으로는 '긍정'을 꼽았다. "암 진단을 받고도 휠체어 타고 놀러다니다 정신과 검진까지 받았어요. 그렇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늘 하는 말처럼 하루를 살아도 마지막처럼 살고 주위 분들에게 긍정을 발휘한다면 아픈 분들도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이날 시상식에서는 막내 멤버 박광선의 신장 기증 사실도 공개됐다. MC 김성주가 "제작진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박광선은 어머니께 신장을 드린 효자"라고 밝혔고,박광선은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었다"는 짧은 수상소감 뒤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박승일은 "15년 동안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꿋꿋이 함께 음악을 했다는 게 잘못된 일이 아니란 사실을 입증했다"고 얘기했다. 김명훈은 "작은 체구지만 '빅마운틴'이란 별명을 지어주고 누구보다 가슴 속에 큰 산을 품고 살 수 있게 해준 어머니께 감사한다"며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울랄라 세션은 현금 3억원과 함께 신곡 '너와 함께'의 뮤직비디오 · 음반 제작 특전,호주여행권과 승용차(닛산 큐브) 등 5억원 상당의 상금과 상품을 받았다. 멤버들은 우승 상금을 임윤택의 치료비로 쓰고 싶다고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