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선고 받고 유산기증 약정…서울대, 매년 고인 뜻 기리기로
서울대는 지난 10일 구강암으로 별세한 고 유회진 박사(전 동아대 교수 · 사진)가 전 재산인 110억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고 11일 밝혔다. 향년 53세.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동아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교수직을 사임한 고인은 2009년 10월 갑작스레 구강암 판정을 받자 사후 전 재산을 모교인 서울대에 기부하겠다고 결정했다.
고인은 암 선고를 받은 바로 다음달인 2009년 11월 병환 중에 서울대를 직접 방문,11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자신의 유산 기증을 약속했다. 유산 기증은 유언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요건을 갖춰 상속 재산을 기부하는 것으로,생전에 유언을 통해 사후 기부를 약속하는 것이다.
유 전 교수는 평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검소한 생활을 했으나 암 치료비를 아껴가며 기부금에 보탤 정도로 나눔을 향한 마음은 넉넉하고 너그러웠다고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평생을 미혼으로 살았고 가까운 친인척이 없었던 고인을 위해 서울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발인 등 장례절차와 여러 법적 절차 등을 전담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또 매년 기일에 맞춰 고인의 뜻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한 고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학교는 매년 고인을 기리고 고인의 뜻이 길이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