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4S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일주일만에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예약 판매가 실시된 이 제품은 11일부터 본격 개통을 시작했다. 정확한 예약 가입자 숫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족히 30만대는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KT만 출시했던 아이폰4의 경우 예약 판매 물량은 15만대 정도였다.

애플 기기 전문매장 프리스비 관계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전 직원들이 매달려 예약 가입자 개통을 처리했지만 일손이 달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이폰4S 개통…SKT-KT, 100만명 놓고 사활 건 전쟁
◆SKT-KT 불꽃 튀는 마케팅

아이폰4S의 인기몰이와 함께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양대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전통적으로 '얼리 어답터' 성향이 강한데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높아 매출 및 수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은 11일 0시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공식 개통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기존 예약 가입자 중에 행사 참석을 신청한 이용자 100명이 추첨으로 뽑혀 초청됐다. SK텔레콤은 경쟁업체인 KT보다 1년4개월 늦은 지난 3월 '아이폰4'를 출시했다. 11일 0시에 개통행사를 진행한 것은 '국내 최초 개통'이라는 타이틀을 갖겠다는 마케팅 전략에서였다.

KT도 이날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KT 사옥'올레스퀘어'에서 예약 가입자 100여명을 초청해 개통행사를 가졌다. KT는 유명 연예인 가운데 아이폰3GS와 아이폰4를 구입한 이들을 섭외해 행사 진행을 맡겼다. '아이폰=KT'라는 등식을 내세우겠다는 의미다.

양사 마케팅 전쟁의 최전선에는 100만명에 이르는 KT의 아이폰3GS 가입자들이 있다. 2009년 11월 출시된 제품이어서 2년 약정기간이 끝난 만큼 상당수가 아이폰4S로 기기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포커스컴퍼니가 최근 KT의 아이폰3GS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은 전체의 81.3%에 달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아이폰3GS 가입자의 절반 수준인 50만명을 KT로부터 데려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 조사 결과 아이폰3GS 가입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SK텔레콤을 통해 아이폰을 쓰겠다고 답했다"며 "특히 예전에 SK텔레콤 고객이었던 이용자의 61%가 되돌아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KT는 여기에 대응해 자사 3세대(3G) 네트워크망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와이브로를 무선랜으로 바꿔주는 '에그'를 월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등 방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4S 개통…SKT-KT, 100만명 놓고 사활 건 전쟁
◆LTE 시장에 '불똥'

이 같은 경쟁구도로 엉뚱하게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서비스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이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4S는 3세대(G) 망을 쓰기 때문에 4세대 LTE망과는 관련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TE 서비스 가입자는 총 35만명 수준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그나마 단말기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아이폰4S 바람이 불면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T의 아이폰4S 1호 가입자인 대학생 김명기 씨(22)의 경우 한 달 전에 LTE 전용 스마트폰 HTC '레이더4G'를 구입했다가 이번에 위약금을 내고 아이폰4S를 구입했다. 김씨는 "서울 지역에서도 LTE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이 많아 아이폰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이폰4S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 관심의 초점은 190만대가 팔려나간 아이폰4의 기록을 추월할 것이냐 여부다. 추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들은 음성인식기능 등 아이폰4S의 뛰어난 콘텐츠를 들고 있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의 강경수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 이후 아이폰4S 판매 대수가 급격히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아이폰3GS 고객들의 교체 수요가 대부분으로 신규 시장 잠식 효과가 높지 않은 데다 차기 모델인 '아이폰5(가칭)'를 기다리겠다는 이용자도 많다"는 게 그 이유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