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3년來 최대…풀리자마자 3808억 쏟아져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한 첫날,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공매도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가 지난 10일 증시 급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물량은 923만주가 쏟아졌다. 금액으로는 3808억원에 달해 2008년 8월5일(4325억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10일부터 시행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비금융주에 한해 이날 해제했다. 세계 금융과 경제 여건이 8월 증시 급락 때보다는 나아졌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공매도 재개 직후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순매도 5048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공매도였다. LG이노텍은 전체 매매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공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11.27% 급락했다. 현대상선 아모레퍼시픽 제일기획 등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대부분이 하락세였고 OCI 한진해운 등의 낙폭이 특히 컸다. 공매도는 외국인이 주로 활용하는 전략인 만큼 이날 외국인 이탈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섣불리 공매도를 재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가 헤지펀드 연내 출범을 위해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공매도 해제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헤지펀드들이 주로 쓰는 롱쇼트전략(고평가 주식 매도,저평가 주식 매수)을 위해서는 공매도를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요구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결정이 헤지펀드 출범과는 무관하며 증시 급락을 공매도 재개 탓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10일 증시 폭락은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가 주원인이었다"며 "공매도 규모가 갑자기 커진 것은 그동안의 대기 수량이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로 인해 장이 빠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공매도 전략을 많이 쓰는 헤지펀드도 도입하지 말자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