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쉬운 수능으로 정시 변별력 떨어져…수시 노려야"

"어제 수능 보자마자 영주에서 버스 타고 올라왔어요.수능이 쉬웠잖아요.무조건 수시로 가야 돼요."

10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쉬운 수능'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발빠른 수험생들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정시 대신 수시모집으로 합격하기 위해서다.

이는 쉬운 수능에 따라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동점자 다수 발생,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으로 인한 이월인원 감소 등의 변수로 인해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만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이른바 `수능 대박'이 아니라 다들 비슷하게 올랐다면 수시 지원이 낫다는 것이다.

11일 오전 8시50분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L논술학원. 경북 영주시 영광고 3학년생인 임재현(17)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고려대반'이 어디냐고 물었다.

고려대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한양대 수시 2차 전형에 지원한 임군은 2주 전 전화로 이 학원에 등록했고 수능을 치르자마자 상경, 하룻밤을 잔 뒤 학원을 찾았다.

임군은 "영주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논술 수업 받으러 어제나 오늘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수험생 아들을 데리고 9시20분께 학원에 도착한 한 어머니는 "조금 늦게 왔는데 어떡하죠?"라고 물었고, 학원 관계자는 "방금 글쓰기 시작했으니까 지금 바로 들어가서 쓰면 돼요"라고 답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불과 하루가 지났지만 11일 이른 아침 서울 강남 일대 유명 논술학원은 수시 2차 고사를 준비하려는 수험생들로 북적거렸다.

이번달에만 12일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 등을 시작으로 18일 서울시립대, 19일 고려대·숙명여대·아주대·한국외대·한양대, 26일 국민대 등의 수시 2차 논술 고사가 잡혀있다.

대치동에 있는 P논술학원 상담실에선 두 명의 학원 관계자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관계자들은 "이미 다 마감됐다.인원수가 꽉 찼다.죄송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학원에서 만난 김모(19)군도 전날 경북 포항에서 수능을 치른 뒤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올해 2월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재수생인 김군은 "어제 수능에서 2~3점만 높게 받았어도 한시름 놓았을 텐데 너무 쉽게 출제되다보니 상위권은 1점만 떨어져도 등수가 확 밀리게 됐다.수능을 본 뒤 수시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군은 아예 대치동에 원룸을 구해 이번달 수시 전형이 끝날 때까지 서울에 머무를 계획이다.

L학원을 찾았다 발길을 돌린 휘문고 수험생 학부모 유모(46·여)씨는 "아들이 수능 결과를 보고 논술 학원에 등록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자리가 없을 줄 알았으면 미리 알아볼 걸 그랬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의 김영일 대표는 "수시모집 응시 이유는 정시로 가는 것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며 "가채점 성적을 분석해 보고 `내가 이 대학에 갈 수 있는가,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가'를 따져 수시 또는 정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가채점과 추정 등급 컷을 참고해 대학별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한 뒤 지원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