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4S에서 말을 걸면 대답하는 '개인 비서' 시리(Siri)의 목소리를 녹음한 주인공 중 한명이 공개됐다. 널리 알려진 미국 버전이 여성의 목소리로 제공되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남성의 음성으로 6년 전에 녹음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10일(현지 시간) "영국 버전 시리의 원조 명칭은 '대니얼(Daniel)'로, 이를 녹음한 사람은 존 브릭스(Jon Briggs)"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버전을 녹음한 존 브릭스는 6년 전에 스캔소프트(Scansoft)에서 다양한 문장을 녹음했다. 스캔소프트는 추후 애플과 함께 시리를 제작한 뉘앙스(Nuance)에 합병된 회사다.

당시 녹음을 의뢰한 회사는 브릭스에게 이 같은 서비스와 관련한 것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와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으며 녹음 이후에는 연락도 없었다.

브릭스는 "스캔소프트에서 5~6년 전에 문자를 음성화하는 서비스를 위한 녹음을 했다"며 "5000여개의 문장을 3주 간에 걸쳐 녹음했는데, 특히 균일한 어조로 읽게 했다"고 말했다.

단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단어도 발음 교수법 등을 동원해 읽게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후 목소리는 맹인에서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됐다.

하지만 브릭스는 최근 TV를 보고서야 자신 목소리가 애플 제품에서 사용되는 것을 알게됐다.

브릭스는 그러나 "이것은 정말 똑똑한 아이디어다. 시리는 게임 체인저"라면서 "이런 일에 한 부분이 된 것이 즐겁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라디오와 수많은 콘퍼런스는 물론 GPS 전문 업체인 가민(Garmin) 외에도 재규어 랜드로버 아우디 포르쉐 등 자동차에서도 쓰인다. 그는 "당시 스캔소프트로부터도 많은 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시리의 목소리를 교체할지 여부에 대해서 브릭스는 "당연하다"면서도 "목소리는 나이, 성별, 교육적 배경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서비스는 현재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서비스만 지원하며 영어의 경우 미국, 영국, 호주 억양이 포함됐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서비스는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시리는 '결혼 할래요?' 등 짓궂은 질문에도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해'라는 능청스런 답을 내놓는 서비스. 특히 '넌 누구냐?'라고 물으면 '비천한 개인 비서입니다(humble personal assistant)'라고 말하는 겸손한 친구라는 평가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