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개발 관련 보고서가 8일(현지시간) 공개된 이후 국제사회가 미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일단 예상보다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설'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미국은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니 대변인은 IAEA 보고서 공개직전인 7일 브리핑에서 이런 미국정부의 입장을 확인한 뒤 "이란을 고립시키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주로 '외교적 수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IAEA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이런 기류는 유지되고 있다.

미국 정부관계자들은 향후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이란 시중은행들과 `유령회사'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독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제재에 속한다.

유엔 차원에서 이란에 대한 확실한 '다자 제재'를 결의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카드가 제한된 것은 IAEA 보고서의 내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5쪽 분량의 IAEA 보고서를 보면 "신뢰할만한 정보에 근거해 이란이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과 2008~2009년 사이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 핵실험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당장 무기 생산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도 9일 IAEA 보고서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들어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IAEA가 이란의 '우라늄농축기술'을 우려대상으로 적시했지만 이는 이란 당국이 지난 7월 스스로 공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1∼2년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를 보유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그런 상황이 진행중인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 핵무기를 만들 HEU를 보유하지 않았을 경우 협상을 통해 이를 제지할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걱정하는 이란 정부가 '협상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결국 미국은 국제사회의 동향과 강경조치를 감행하려는 이스라엘의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행보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가급적 가까운 시일내에 이란과 전쟁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