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왼팔'이라 불렸던 제이 엘리엇 애플 전 수석 부사장은 '특허'에 무관심했던 애플이 경쟁사 삼성전자의 빠른 추격에 특허 전략을 달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엘리엇 전 부사장은 9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테크플러스포럼 기자회견에 참석해 "애플 제품은 워낙 독특했기 때문에 특허에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자들이 너무나 빨리 애플의 독특함을 이용해 제품을 내놓는 것을 보고 특허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킨토시, 아이튠즈 등을 내놓았을 때 특허와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잡스는 이때조차도 '괜찮아, 몇 천 만불만 주면 돼'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면서 "이제는 애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미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전 세계서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놓고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엘리엇 전 부사장은 그러나 "애플은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된 제품을 선보이지만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만 치중할 뿐 소프트웨어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품을 빠르게 흉내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유저 중심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

그는 또 "더 나은 브랜드 가치, 더 나은 유저인터페이스를 위해 소프트웨어에 보다 신경써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구글이 스마트포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소비자들에게 직접 OS를 판매하는 매장을 실리콘밸리에 낸 것을 봤을 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남의 소프트웨어에 의지하면 할 수록 불리하다고 엘리엇 전 부사장은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가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못박으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는 앞섰다 해도 이익을 놓고 봤을 때는 애플이 훨씬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가 애플을 앞지르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안드로이드는 소프트웨어지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며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고도 덧붙였다.

엘리엇 전 부사장은 1986년 애플을 떠난 뒤 미고소프트웨어를 설립했고, 현재는 누벨사의 창업자 겸 CEO로 재직하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