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김성호 태평양 변호사, 정부규제 15년 다룬 '입법 베테랑'
김성호 변호사(사진)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미국 시라큐즈대 로스쿨을 우등 졸업(Magna Cumlaudi)한 미국 변호사다. 하지만 '정부규제 컨설턴트'라는 직책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 참가해 입법을 돕거나 불합리한 규제에 대응하는 일을 한다. 정부 청사를 내집 드나들 듯하는 이유다. 로비스트와 비슷하지만 보다 실무적이고 합법적으로 일을 수행한다.

법제처 과장 출신의 김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컨설턴트로서는 가장 적임자다. 1992년 법제처에 들어가 2007년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길 때까지 15년간 입법문제를 다룬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개정돼 시행된 국내 자동차안전기준도 그가 속한 법제컨설팅팀의 작품.

국내 기준에 따르면 범퍼의 경우 일정 높이에서 충격을 가했을 때 30분이 경과한 후에도 영구변형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제기준보다 훨씬 엄격하다. 이 기준 때문에 외국자동차 회사인 A사는 미국에서 생산한 미니밴을 국내로 수입할 길이 막혔다. B 대형 로펌은 관련 국내 기준 전부를 바꾸려다 A사가 요구한 시한을 맞출 수 없었다. 다급한 A사는 대안을 찾던 중 태평양 문을 두드렸다. 김 변호사와 법제컨설팅팀은 관련 기준 전부가 아니라 범퍼 관련 몇 개 조문만 바꿔 결국 A사의 민원을 멋지게 해결해 주었다.

김 변호사는 지식경제부가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는 데도 깊숙이 관여했다. 예컨대 트럭지게차는 트럭도 아니고 지게차도 아니어서 종래 법령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기업이 애를 먹고 있을 때 그가 속한 컨설팅팀이 지경부와 머리를 맞대어 새로운 법령을 창출해낸 것이다. 김 변호사는 "다른 정부 부처가 만든 법을 심의하는 소극적인 역할을 법제처에서 했다면 지금은 법규 최종 소비자인 기업과 직접 접하기 때문에 동적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