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백화점들이 중소 입점업체 중 절반 이상에 대해 판매 수수료율을 3~7%포인트씩 지난달 매출분부터 인하하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백화점들이 막강한 유통파워를 이용해 중소기업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업체 간 자율로 결정해야 할 수수료 문제에 공정위가 직접 개입,중소 입점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일부를 덜어준 것이다.

문제는 강제적인 수수료 인하가 해당 중소기업들에 실제로 이익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만큼 중소 입점업체들의 백화점 이익기여도가 떨어져 백화점 매장에서 퇴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견업체와 대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소비자 가격인하와 무관하다는 점 등도 비판을 받고 있다.

◆중소입점업체 50% 이상 혜택

백화점, 中企 절반에 수수료 3~7%P 인하
이번에 판매수수료가 인하되는 중소 입점업체 수는 롯데백화점 403개(입점업체의 50.4%),신세계백화점 330개(54.1%),현대백화점 321개(51.3%) 등이다. 합치면 1054개사다. 수수료율 인하대상 중소업체는 전체 입점업체 가운데 △대기업 및 계열사 △외국계 협력사 △수수료율이 20%대 수준인 입점업체 등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다.

공정위는 이달 중 3대 대형마트,5개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또는 판매장려금) 인하문제도 조속히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유통업법'적용대상 가운데 11개 대형유통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52개 대형유통업체에 대해서는 판매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인하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대형유통업법이 내년 1월 실시됨에 따라 별도의 종합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대형유통업법은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상품대금 감액 △판촉비용 부담 전가 △배타적 거래 강요 등을 금지한 법이다. 대형유통업체의 기준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또는 대형 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곳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가(假)매출' 및 상품권 구입강요와 같은 불공정행위도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가기로 했다. 가매출이란 팔리지도 않은 물건을 매출로 잡아 백화점에 수수료를 내는 것을 뜻한다.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이 같은 행위들을 적발하기 위해 입점업체와 공정위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입점업체와 업종별 간담회를 수시로 열겠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

공정위의 이 같은 대책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예컨대 판매가 부진한 A브랜드는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7%포인트 인하혜택을 받아 30%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반면 잘 팔리는 B브랜드는 중견기업인 탓에 기존 32%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상장사인 백화점들이 이익기여도가 떨어진 입점업체들을 그대로 놔두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청바지 브랜드 관계자는 "우리 말고도 백화점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매출이 적은 데다 수수료율마저 낮아져 백화점 매장면적당 수익성이 떨어지면 결국 퇴출될 것이기 때문에 가매출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일으켜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매출은 입점업체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백화점에 알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 다른 곳에서 실제로 팔면 공정위가 적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입장에선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상품권 증정행사나 무료 문화전시,사은품 제공 등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율 인하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점업체들이 앞으로 사은품 행사를 직접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신영/오상헌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