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세계한상대회가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2002년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기업인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한민족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한상대회를 창설한 뒤 대회를 위해 매년 10억~12억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했다.

그렇지만 제품 구매는 물론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전시성 행사로 흐르고 있다는 불만이 한상들 사이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상들은 기업전시회 출품 제품이 식품,생활용품,패션제품 위주로 돼 있어 실제 구매할 제품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0회 대회 제품전시회에는 한상들의 관심 대상인 기계류,전자제품 부스는 10개도 되지 않고 생활용품 88개,이 · 미용품 37개,식품 62개,건강식품 30개,기타 서비스 28개 등 잡화 부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천용수 호주 코스타그룹 회장은 "한상들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건 마치 풍물시장처럼 잡화만 잔뜩 진열돼 있었다"며 "해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니 매년 30~40명씩 참가하던 호주에선 올해는 서너 명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종 세미나도 실무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학술적인 내용 위주로 구성돼 상당수 세미나장은 참석자 수가 20~30명에 그치며 외면받기도 했다.

한상대회 창설의 주역이며 1회 대회장을 맡았던 정진철 미국 로열아이맥스 회장은 "10년 동안 빠지지 않고 참가했는데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바뀐 게 없고,한발짝도 진전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창우 일본 마루한그룹 회장도 "개막식만 끝나면 절반 이상의 한상이 개인 일정이나 비즈니스를 위해 자리를 뜨고,이후 프로그램은 절름발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회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승기 미국 C&SAMT 고문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한 재외동포재단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니 틀에 갇힌 전시성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제는 민간단체에 대회 개최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