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카바레 송 가수와 가을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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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장치라곤 의자 한 개와 가로등 두 개뿐인 어두운 공연장. 막이 오르면 조각 같은 얼굴의 미녀가 등장합니다. 입고 있던 검은 외투를 벗고 반주에 맞춰 촉촉한 샹송을 읊조리는 그녀의 이름은 우테 렘퍼(Ute Lemper). 1963년 독일 뮌스터 출생인데요. 지성적이면서도 몸 전체에서 풍기는 관능미, 자연스런 무대 매너가 원숙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고혹적 장면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1930~40년대 파리 시내의 카바레 분위기를 물씬 떠올리게 하는데요.
유럽에서는 세계대전 당시의 암울하고 자조 섞인 시대 분위기를 재현하는 소위 카바레 송이 지금도 여전히 상류층 클럽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현재 이 분야의 음악 세계를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우테 렘퍼 그리고 나머지’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장미빛 인생’ ‘릴리 마를렌’ 등의 친숙한 레퍼터리를 영어, 불어, 독어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서 ‘퇴폐와 비극의 미학을 완벽하게 노래한다’는 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서푼짜리 오페라’ 등의 작품으로 인간성 상실의 현대 사회를 고발한 작곡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오페라 가수로 일약 유럽 정상에 올라섰는데요. 그물 망사스타킹을 신은 매혹적인 각선미를 앞세운 목소리는 성적 매력과 지성미가 어우러진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합니다. 세계적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의 작품을 초연한 발레리나로 영화 ‘오스트리아 인’에서는 배우로 변신했고요. 그림도 그리면서 디벨트, 가디언 지에 논설을 기고한 적도 있다니 전천후 엔터테이너라 할 만하네요.
대표곡으로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원제 Voyager)’에 삽입된 ‘Careless love’ 등이 있으며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삽입된 ‘All that jazz’는 그녀의 배역과 노래가 오리지널입니다. ‘시카고’에서의 연기로 뮤지컬 최우수 여배우에게 주는 로렌스올리비에 상, 뮤지컬 ‘카바레’의 주인공 역을 맡아 최고의 연극인에게 주는 몰리에르 상을 받았습니다. 아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누드로 공연할 정도로 열정적인 여인이라 합니다.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Living without you’는 전 유럽의 연인들을 울린 바 있습니다.
1993년께 한국에서도 발매된 비디오 ‘일루전(Illusions)’을 보면 세느 강 위에서 ‘고엽’을 부르는 그녀의 발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파리와 베를린 곳곳의 서정적 노스탤지어를 만끽할 수 있는 영상물이지요. 라이브에서 추출한 동영상 ‘Elle frequentait la rue Pigalle(그녀는 삐갈 거리에 자주 들러요)’ & ‘Les feuilles mortes(고엽)’을 통해 그녀와의 음악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런지요. 시간이 짧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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