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잇따른 대규모 유상증자 공포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대형 IB(투자은행) 진출을 위한 증권사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이어 LG전자까지 1조원대 증자를 추진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로 마련된 재원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용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헤지펀드 출범을 앞두고 대형 IB 진출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 3조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게는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섰다.

지난 9월 1조12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우리투자증권(6000억원), 삼성증권(4000억원), 현대증권(5950억원), 한국투자증권(7300억원)이 잇따라 증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유상증자는 상장사의 정당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성장성 확보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금 확충이 목적이라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급 측면에서도 신주가 대량으로 풀릴 경우 기존 구주 가치가 희석돼 물량부담 우려가 작용한다.

실제 LG전자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았던 전날 오전부터 LG전자는 물론 관련 그룹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LG전자 주가는 9800원(13.73%) 내린 6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LG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9.89%와 6.32% 급락했다.

기관투자자도 LG전자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로 LG그룹주들을 대거 팔아치웠다. 기관은 이날 LG전자 주식 292만309주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이에 앞서 지난 사흘 동안 LG전자 주식 41만6546주를 처분했다. 기관은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239만3190주, LG 주식을 134만6458주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속속 제기되고 있고 기존 주주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이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이 중구난방식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결정으로 전날 주가는 13.7% 하락했다"며 "이는 회사의 유동성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증폭,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염증, 유상증자 이후에 대한 우려(하이닉스 인수 참여 혹은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참여) 등이 복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종완 삼성증권 연구원도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자 추진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사례를 만든다"면서 "더욱이 LG전자의 이번 증자는 사업전망과 관련된 우려를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