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래칫(ratchet · 역진방지)은 개방국가의 협상 원칙입니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ISD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4년 한국이 처음 맺은 칠레와의 FTA 이후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FTA 협상에서 ISD는 물론 래칫 조항을 넣어왔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도 ISD를 우리 측에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호주는 미국에 이어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도 ISD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호주가 ISD를 받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필요한 조항이기 때문에 (ISD를) 넣자고 요구한 것"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 시장개방을 얻는 실리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FTA에서 '미래의 최혜국대우(MFN)'가 의무화되는 추세도 ISD 도입이 불가피한 이유로 들고 있다. MFN은 미래에 다른 국가와 FTA 협상을 벌인 결과 이전보다 개방 폭을 넓힐 경우 자동적으로 이전에 FTA를 체결했던 국가에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조항이다. MFN은 한 · 유럽연합(EU) FTA에서도 적용됐다.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중진국과의 FTA 체결시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한 ISD 조항을 요구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할 뿐 아니라 MFN 조항에 따라 이전에 FTA를 체결한 국가에도 ISD 혜택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전문가들은 MFN 조항이 FTA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EU가 캐나다 등과 앞으로 체결할 FTA의 개방혜택을 우리가 자동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ISD가 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인지,투자자 안전을 위한 안전장치인지는 FTA협상 결과에 따른 이익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개방과 통상을 발전전략으로 삼아온 한국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래칫

ratchet.톱니바퀴가 뒤로 역진하는 것을 막는 장치.통상 교섭에서 개방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수는 있어도,뒤로 후퇴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는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개방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무역 자유화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