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2차 지원안에 대해 국민투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2차 지원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이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증시가 2~5%가량 급락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2일 "국민투표는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하느니 차라리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택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리스는 이미 사실상 디폴트 상태지만 이번 투표 제안은 국제사회와 그리스 모두에 디폴트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이슈가 됐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증시 등에 비춰 이날 증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대에 힘입어 장중 낙폭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개장 시엔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국민투표에서 2차 지원안 수용이 부결된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대두되는 동시에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증시와 유로화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전날 발표된 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점도 이날 증시, 특히 원자재 및 산업재 관련 업종의 하락 압력을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800 중반께에서 비교적 높은 하방경직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해외증시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국내 증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오전에는 지수가 크게 빠질 수 있지만 1800중반에서는 저가 매수가 들어오면서 1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800 중반 전후에서 지지력을 타진한 후 저점을 확보해야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 규모가 크다면 최근 코스피지수의 기간 조정 흐름이 가격 조정으로 변하면서 조정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매매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그리스 국민투표 진행 여부와 국민투표 결과, 유럽 금융권의 방화벽 등에 대해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과 은행들에 방화벽이 확실하게 쳐졌는 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다시 모아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이번 주말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중국의 유로지원 여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지원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오정민·정인지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