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영업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악화로 '이중고'에 빠졌다.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산업개발은 증권사들의 혹평이 쏟아지면서 1일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다. 한라건설벽산건설 등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3% 넘는 낙폭을 보였다. 삼환기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 탓에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주가가 내려앉았다.

◆주택건설업 실적 '실망'

주택건설株, 실적ㆍ신용 악화에 '흔들'
전체 수익의 70~80%를 주택사업에서 올리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이날 주가는 11.56% 급락한 2만650원으로 마감했다.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매출(7180억원)과 17% 늘어난 영업이익(917억원)을 올렸지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탓이다. JP모건은 "현대산업개발의 순이익(547억원)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주택 관련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가 4분기로 연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축 · 분양사업 비중이 70% 수준인 한라건설도 4.1% 하락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한라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주택 부문의 대손상각 비용 인식 등으로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건축사업 매출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는 벽산건설과 중앙건설 주가도 각각 3.29%와 2.67% 떨어졌다.

주택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좀처럼 분양 물량 해소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42개 건설사가 보유한 37조6000억원의 PF 우발채무를 분석한 결과,올 6월 말 현재 미착공 사업장에 실행된 PF 대출 규모는 21조6000억원(57.5%)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말 58.9%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다수 사업이 중단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신용등급 하향

실적개선이 지연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삼환기업의 신용등급(BBB+)에 대한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민간건축 사업 관련 투자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환기업 주가는 전날 3.37% 떨어진 데 이어 이날 6.25% 추가 하락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PF 부담을 이유로 전날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임광토건과 고려개발은 지난달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대규모 PF 차입금의 만기 차환 시점 도래와 이자부담 가중도 신용위험을 키우고 있다. 임광토건은 4200억원의 PF 만기가 9월9일 도래했지만 채권단과 만기 연장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SK건설은 전날 인천 용현동 PF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PF 대출금이 5500억원으로 800억원 불어났다.

◆해외사업 많은 대형사는 양호

주택건설업체들과 달리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해외사업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현대건설은 3분기 2조5077억원의 매출과 17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2%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결과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 부진을 상사 부문이 상쇄하며 전년 동기보다 26.7% 늘어난 3분기 영업이익(1893억원)을 내놨다.

조주형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은 국내외 수주 경쟁력을 감안할 때,성장 가능한 수주 물량 확보가 지속될 것"이라며 "주택건설사업은 국내 주택가격 약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 불안감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