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오늘의 내 안에 둥지를 튼 과거
[그림이 있는 아침] 오늘의 내 안에 둥지를 튼 과거
오랜만에 들춰본 앨범 속의 나. 그 모습이 낯선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건 내가 변하고 주위의 환경도 변한 탓이다. 그렇다고 사진 속의 낯선 과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의 내 모습 속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 강미령 씨(44)는 그런 낯선 과거를 현재의 나와 동시대의 문화 속에 녹여내고 있다. 그는 그 두터운 시간의 벽과 변모한 미의식의 틈새를 조선시대의 민화와 현대의 팝 아트를 접목하며 메워나가고 있다.

쪽진 머리에 가야금을 타던 조선의 여인은 단발머리에 서양 류트를 연주하는 모던 걸로 탈바꿈했다. 거칠고 소박한 미감 대신 기하학적 절제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 가운데 박제화된 과거는 전통미를 간직한 현대로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