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03년부터 이어온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버릴수 있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우울증은 평생 한 번쯤 걸릴 확률이 10~20%에 달할 만큼 흔한 질병이다. '마음의 감기'라는 수식어의 우울증의 원인 중 95%가 '음식'에 있다라면 믿어지겠는가?

일본의 의사 미조구치 도루는 그의 신간 '마음을 망치는 음식 마음을 살리는 음식'(비타북스)에서 "우울증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피로가 아닌 음식이며,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마음 상태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흔한 질병인 동시에 재발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다.

가벼운 우울증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갔다가는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울증은 흔한 질병인 동시에 재발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기 때문이다. 첫 발병 후 두 번째로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은 50~75%, 세번째는 70%, 내 번째는 무려 90%에 이른다. 재발이 진행될수록 발병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증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저자는 신간에서 우울증의 치료법으로 병원 약물치료 대신 영양요법을 제시한다. 또 2003년 일본 최초 영양요법 전문 클리닉인 신주쿠 미조구치 클리닉을 개설한 의사답게 신간에서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실어 신뢰감을 더했다.

저자는 “우울증은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며 “특정 영양소의 부족이 몸과 마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요법은 가시적인 효과만을 노린 약물치료와 다르게 우울증의 원인을 영양소의 결핍에서 찾는다.

또 증상을 통해 원인을 발견해 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증상을 근본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치료법이다.
저자는 먼저 흔히 알고 있는 건강 상식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든지,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식은 잘못됐다. 채식은 몸을 가볍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뇌를 만드는 원료인 단백질을 멀리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단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극히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탕으로 이뤄진 음식은 빠르게 흡수돼 혈당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된다.

저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것에도 주목했다.

육류, 즉 단백질은 신경전달물질의 주 원료다. 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할 경우 신경전달 물질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게 되고 급기야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상태에 빠진다. 현대인들이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모두 단백질을 멀리하는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다.

단 음식이나 밥, 빵 등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치가 상승한다. 혈당치가 상승하면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치를 낮추는 작용 외에 단백질 생성에도 관여한다. 인슐린이 단백질을 만들 때는 트립토판(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을 제외한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다른 아미노산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트립토판의 비율이 높아지고, 세로토닌도 증가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단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고 우울증상이 개선된다고 느끼지만, 실질적으로 트립토판의 양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다른 아미노산의 양이 감소하여 상대적인 비율만 높아졌을 뿐, 우울증상을 근본부터 개선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영양소의 결핍’으로 앓는 저혈당증과 저콜레스테롤 환자는 자주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저혈당증은 시도 때도 없는 짜증, 막연한 불안감, 집중력감소,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를 정신과에 호소하면 열에 아홉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내린다.

'고기', 덜 먹으면 우울해진다
저콜레스테롤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집단에 비해 저콜레스테롤 진단을 받은 집단은 난폭한 행동으로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이 3배나 많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면 폭력적인 성향이 높아진다. 아이를 낳고 우울증상에 시달리는 산후 우울증 역시 출산 후의 콜레스테롤 수치 급감으로 발병한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어깨 결림이나 두통은 철분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우울감이 들어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다.

저자는 "먹는것 만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마음과 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와 올바른 식습관이 우울증상을 완화시킬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기억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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