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TV사업 적자에 '발빼기'…삼성 "아직 통보 받은 적 없다"
일본 소니가 삼성전자와 함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합작사인 S-LCD를 만든 지 7년 만에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LCD에서 만든 LCD 패널 비중을 축소하고 자본금을 일부 회수한 데 이어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얘기가 일본에서 흘러 나왔다. 소니가 TV 사업부문의 적자를 털기 위해 출구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으론 삼성에 LCD 납품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압박 전술이거나 경쟁자로서 유독 잘나가는 삼성을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아직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다.

◆납품가 인하 vs 삼성 견제

소니, TV사업 적자에 '발빼기'…삼성 "아직 통보 받은 적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소니가 합작기업인 S-LCD의 지분을 삼성 측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니는 TV사업에서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6조6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계 9개 TV 생산 및 판매거점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TV 위탁생산비율도 50% 이상으로 늘렸다. S-LCD 지분 매각도 이런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TV사업에서 고전 중인 소니 입장에서 S-LCD 설립 당시의 계약 조건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세계 TV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상황에 따라 S-LCD 생산량을 늘리고 싶지만 TV 시장 점유율이 줄고 있는 소니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과 소니는 2004년 S-LCD에서 생산한 LCD 패널을 절반씩 납품받기로 합의했다.

소니가 S-LCD 외에 삼성에서도 직접 LCD를 공급받고 있어 납품가를 낮추기 위해 'S-LCD 지분 매각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삼성에 특허 소송을 하고 있는 배경에 납품가 인하가 있다는 해석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 기업 압박 전술의 연장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소니는 지난 8월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도시바,히타치와 중소형 패널 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니는 여러 차례 비슷한 의향을 보였다. 1월 삼성으로부터 구매하는 LCD 패널 비중을 60%에서 40%로 낮췄다. 대신 대만 업체인 CMI 공급 비중을 20%에서 30%로 늘렸다. 거래가 없던 LG디스플레이에서도 10% 이상을 받기로 했다.

소니는 4월엔 삼성 측에 S-LCD의 유상감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S-LCD 자본금이 3조9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줄었고 소니는 3000억원을 회수했다.

◆삼성,"통보받은 적 없다"

삼성은 소니와 LCD 사업 협력을 계속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소니가 LCD 합작사인 동시에 삼성의 LCD 패널을 대량 공급받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TV 수요가 살아나면 LCD 업황과 S-LCD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LCD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을 제외하고 흑자를 냈으나 LCD 패널 시황이 좋지 않은 올해는 고전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등에 대규모 8세대 LCD라인을 투자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선 소니를 잠재적 투자 파트너로 끌고가야 할 필요도 크다.

삼성은 이날 "소니로부터 S-LCD 지분 매각에 대해 어떤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며 "따라서 S-LCD와 관련된 루머나 추측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소니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선행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논의하고 있으며 글로벌 TV와 LCD 사업 등에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니혼게이자이는 "소니가 떠나면 삼성은 남아도는 LCD패널을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대형 판매처를 찾아야 한다"며 "양사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정인설/안재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