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10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당초 28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임위 의결조차 끝내지 못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등 야5당은 이날 대표회담을 열고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를 19대 국회로 미뤄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공동발표문에서 "야당이 요구해온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 폐기,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 10개 분야에 대해 재(再)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여당이 비준을 밀어붙인다면 야5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연대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간을 갖고 논의한 뒤 내년 총선에서 한 · 미 FTA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묻고 심판을 받자"며 "총선에서 국민 의견이 결정되면 그때 가서,즉 19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 미 FTA를 총선 이슈로 몰고 가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물리적 저지를 공언하며 반대에 나선 것은 FTA 비준안이 여당이 의도하는 대로 쉽사리 처리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 이후 본격화될 야권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감에 따른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늦어도 내달 초에는 반드시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달 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민주당이 끝까지 몸으로 막는다면 정치 생명을 걸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후 처리할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 미 FTA의 핵심 쟁점인 ISD 조항을 놓고 여 · 야 · 정 토론회를 30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열기로 했다.

한편 한 · 미 FTA에 반대하는 시위대 중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일부가 이날 국회에 진입,출동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63명이 연행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