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사장 공석된 KOTRA
10 · 26 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서울시청에 첫 출근한 27일 청와대는 두 건의 인사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정전 대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임에 홍석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59),'내곡동 사저' 파문으로 사의를 밝힌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 후임엔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57)을 각각 내정한 것이다. 박정하 대변인은 "홍 내정자는 30여년간 지식경제부 업무에 많은 경험을 쌓은 점을,어 내정자는 경비 · 정보 등 경호업무 경험이 풍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10 · 26 재 · 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못 읽었을 뿐더러 그간의 인사난맥상을 재연한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한전 KDN사장 등 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놓고 측근의 돌려 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터다. 홍 장관 내정자는 KOTRA사장이 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올 6월22일 취임한 홍 사장이 갑자기 지경부 장관에 내정되자 KOTRA 직원들은 당황해 하고 있다. 내년에 창립 5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KOTRA는 또 신임 사장을 공모로 뽑아야 해 두 달 이상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

어 내정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게 지난 8월 말이었다. 여당 관계자는 "어 내정자는 올 8월 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될 때도 '보은 인사'란 비판을 받았었다"며 "그런 그를 또 두 달 만에 경호처장으로 발탁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대통령이 '젊은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한 날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에 임명했는데 요즘 CF가 떠오릅니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임 지경부 장관과 경호처장은 이미 내정된 상태였지만 발표만 10 · 26선거 직후에 한 것"이라며 "선거 결과와는 별개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