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명장 첫 명예박사된 '전기 기기의 달인' 이동형 코오롱인더스트리 반장
"세상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사람 손이 가지 않고 완전한 제품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젊고 우수한 현장 기능인을 양성하지 않으면 모든 제품을 수입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죠."

전문계고 출신으로 지난달 구미 금오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이동형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 작업반장(51 · 사진)은 27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장치산업인 화섬업체의 설비 최적화를 위해 정비와 운전을 표준화하고 부직포 생산공정에 정전기를 이용한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학위를 받았다.

구미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당시 어느 누구도 기술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지만 이씨 스스로 기능인의 길을 택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어 어떤 물건이든 만들면 무조건 1등이었으니까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미전자공고를 나와 1985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이씨는 입사 초기 생산설비 유지와 보수작업을 맡았다. 1998년 예방정비팀의 작업반장으로 승진해 지금까지 근무해 오고 있다. 2003년 전기분야 기능장 자격을 땄고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전기기기 명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전기 관련 외에도 위험물관리사,훈련교사 등 10여개 자격증을 땄다.

"누구도 처음부터 기능인의 자질을 갖추고 있진 않습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우선이지요. 퇴근 후에나 설 추석 등 연휴에도 공장에 남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기능을 연마했던 일이 눈에 선합니다. 요즘은 야근이 없는 날과 휴일엔 인근 도서관을 찾아 기술 보전과 전수에 노력하고 있어요. "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 그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한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내 자신이 많이 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내에선 후배들에게 나만의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어 박사로 통하지만 대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많이 고민했어요. "

최근 이씨는 기능인의 처우 개선과 후배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전문계고 출신 우수 기능인들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직시켜주고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기능인 사기 진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숙련기술장려법'에는 기술인을 우대하고 지원해 기술명인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외면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씨는 이 때문에 한 달여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중앙부처와 지자체를 찾아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경북도의회가 숙련기술장려법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올려 다음달 조례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기능인 후배들을 위해 현장 실무경험에 이론과 실기를 접목시킨 책을 퇴직 즈음 출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틈틈이 무료 기술 자문은 물론 지역 대학 및 고용부에서 주관하는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구미=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