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직면한 홍준표…주도권 도전받는 손학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희비도 갈렸다. 홍 대표는 "책임질 게 없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지난 3일 야권 단일화 경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카드까지 꺼냈다가 거둬들였던 손 대표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박원순 후보의 승리가 손 대표에게는 '양날의 칼'이라는 게 고민이다.

홍 대표는 당장 책임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과거 안상수 대표 체제가 분당을 선거 패배로 막을 내린 점을 상기할 때 당내에서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총선에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초 ·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홍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대대적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는 정풍운동이 일어날 개연성도 다분하다.

하지만 당장 홍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 대안부재론이 첫째 이유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홍 대표가 사퇴하면 7 · 4 전당대회에서 2등을 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이어받는다.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게 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정치적 부담을 준다.

손 대표는 상처 입었던 당내 리더십을 일정 부분 회복했다. 범야권 후보의 승리로 '선거 후 사퇴론'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12월10일께로 잡혀 있는 전당대회까지 당 대표로서 당내 상황을 정리하며 차기 대권 도전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박 후보의 승리는 손 대표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 안철수 교수라는 강력한 잠재 대권주자의 출현이다. 제3세력화든 범야권 후보든 안 교수가 대권 의지를 보인다면 손 대표의 대권 도전 계획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선거에 진 나경원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저희가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김형호/김재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