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80% "경영환경,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

정부·중기 대표 '위기관리 대책회의'

김기문 "자금사정 악화…보증확대 시급"

국내 중소기업의 80%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 초기 상황과 비슷(44.8%)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36.0%)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이상(58.6%)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의 '긴급 중기 경영실태 점검 결과'(26일자 A1,4,5면)와 비슷한 조사 결과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6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부처 장관들과 중소기업 경영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현장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17일부터 21일까지 500개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거나 현장 방문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38.3%)은 현 상황을 '위기'라고 답했고, 6명(55.7%)은 '다소 불안하지만 위기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위기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10명 중 9명꼴로 현 상황을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응답자 10명 중 6명(58.6%)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재정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또는 그 이상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상반기에 비해 '더 악화했다'(40%)는 답변이 '원활하다'(15%)는 답을 압도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융권이 예대마진,수수료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관행 등 서비스는 바꾸지 않는 현 상황이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달라"고 말했다.

정책자금 확대 등 다른 분야에 대한 기업 경영자들의 요구도 잇따랐다. 안용준 티엘테크 대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수출 물량을 확보해 놓고도 대출한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보증과 자금 공급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비가 오면 저지대에서부터 물이 차 오르는 것처럼 위기상황에서는 서민 · 중소기업과 같은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세계 경제 · 금융시장 움직임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정책자금과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금융기관 여신은 만기를 상황별로 2~3년 연장해주고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대상 기업의 신용도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김병근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