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아들…노무사 3人 가족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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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선 열린노무법인 대표·박진주·박혁 씨
제20회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 244명이 발표된 26일 어머니와 딸에 이어 아들까지 합격한 사례가 나왔다. 전혜선 열린노무법인 대표(49 · 노무사 1회)와 딸인 박진주 씨(26 · 18회)에 이어 아들인 박혁 씨(23 · 건국대 법학3)가 이번에 최종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법조계나 의료인 가운데에는 3대를 잇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한 가족 3인이 노무사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 사람들이 '모태 노무사'라고 한다"며 기뻐한 아들 혁씨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노무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들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돼 1,2차 시험을 한꺼번에 붙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 대표는 "일을 하면서 사회봉사도 하고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단연 공인노무사인데,엄마와 딸,아들의 의견이 일치돼 오늘의 노무사 가족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자문하고 가르쳐주면서 기업이 같이 커가는 것을 보거나 임금을 못 받고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도와줬을 때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딸 진주씨도 "아직 햇병아리 노무사지만 중재를 잘 이끌어내 노사가 타협하는 경우를 몇 번 겪으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밤 늦게까지 노동법 책과 씨름하고 여유가 없는 모습이 싫어 대학에 진학할 때 '노무사 빼고는 다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몇 차례 적성검사를 해보니 노무사가 항상 1등으로 나왔다"며 "운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들이 '슬픈 표정'과 '안 슬픈 표정' 등 두 가지 표정만 있고 잘 웃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엄마가 바쁜 탓에 각자 알아서 공부하고,알아서 식사하는 등 '셀프 서비스'를 강조했더니 아들이 초등학생 때 가훈을 가져오라는 학교 숙제로 '셀프 서비스'라고 써서 제출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맥도날드에서 베껴오지 않았느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진주씨는 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열린노무법인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전 대표는 "딸을 직원으로 데리고 있다 보니 '휴가를 확실히 쓰게 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전체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며 "노무사라는 일이 엄마로부터 아들과 딸로 이어지고 그 이후에까지 더욱 확대 발전되도록 가족 모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씨도 "노사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노동법에 따라 잘 조정하는 노무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