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기업 '경기회복' 베팅?…하루새 대형 M&A 3건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 · 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조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섣불리 생산시설 확충에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M&A를 통해 경기 회복기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주가가 하락하면서 알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크게 하락한 것도 대기업들을 M&A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기업의 올해 M&A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에만 세 건의 대형 M&A 계획이 발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5위 보험회사인 시그나는 건강관리업체 헬스스프링을 3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주당 인수 가격은 55달러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보다 약 37% 높은 가격이다. 시그나는 이번 인수로 노년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관리 프로그램 메디케어의 회원 117만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데이비드 코대니 시그나 최고경영자(CEO)는 "노년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헬스스프링 인수는 시그나의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그나는 65세 이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M&A를 추진 중이다.

세계 2위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은 이날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라이트나우테크놀로지를 1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아홉 번째 M&A로 지난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이후 최대 규모다. 오라클은 라이트나우 인수로 클라우드 부문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라이트나우 인수는 오라클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도 '토마스와 친구들' 제작사인 영국의 히트(Hit)엔터테인먼트를 6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인수로 마텔은 '토마스와 친구들'의 각종 판권은 물론 지식재산권과 취학 전 아동 마케팅 권리까지 확보했다.

앞서 천연가스관 업체인 킨더모건도 경쟁사인 엘파소를 38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으며 구글도 2개 사모펀드와 함께 야후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웬 쳉 딜로직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M&A 규모가 지난해 7680억달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