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90개동 붕괴...관측소 "사망자 1천명 될 수도"
규모 6.1 포함 100여회 여진..피해 주민들 거리에서 `공포의 밤'

23일(현지시간) 이란 국경과 가까운 터키 동남부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으로 최소 138명이 숨졌다고 터키 정부가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피해지역 중 하나인 반 시(市)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반 주(州)에서 93명, 에르지쉬 군(郡)에서 45명 등 138명이 사망하고, 350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다수의 아파트가 붕괴한 에르지쉬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언급함에 따라 이 지역 사상자 수가 많이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진관측소는 전체 사망자수가 최고 1천명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적신월사는 에르지쉬 군에서 기숙사 건물을 비롯해 건물 80개 동이 무너졌고, 반 시에서도 10개 동이 붕괴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베쉬르 아탈라이 부총리는 에르지쉬 군에서 대략 25~30개 동, 반 시에서 10개 동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의 칸딜리관측소는 이날 오후 1시41분 동남부 반 시에서 북동쪽으로 19㎞ 떨어진 지점에서 깊이 5㎞를 진앙으로 하는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지진 관측 당국에 따르면 이후 10시간 동안 터키 동부 지역에 총 1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고, 그 중 하나는 규모 6.0~6.1에 달했다.

무스타파 에르디크 관측소장은 지진 발생 직후 "건물 1천여 채가 피해를 보고 수백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사망자 수가 500명 혹은 1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우려, 길거리로 나오거나 인근 마을의 친척집으로 대피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3℃까지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추운 날씨 속에 주민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피해지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공포에 질린 채 소리를 지르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가 하면 무너진 건물에 거주하는 가족, 친지들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히 휴대전화를 걸었다.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는 주민들의 임시 대피처를 마련코자 대형 경기장에 텐트를 쳤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터키 38개 도시에서 차출된 수색·구조요원 1천275명과 구급차 145대가 피해 현장으로 급파됐으며, 병력 6개 대대, 헬기 6대, C-130 군 화물 수송기 등도 구조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오후 반 시를 급히 방문, 구조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 러시아, 독일, 그리스 등 각국 정부는 터키에 위로의 뜻을 표하고 구조인력 파견과 구호물자 제공 등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터키는 아직 국제사회에 지원을 공식 요청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각국의 지원 수용을 보류하고 있다고 외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현지 NTV는 지진 발생 직후 반 시 교도소 수감자 200명이 탈옥했으며, 이 중 50명은 재수감됐다고 보도했다.

단층 지대에 있는 터키에서는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99년 터키 북서부에서 발생한 두 차례 강진으로 2만여 명이 사망했을 당시 지진 규모는 이번을 능가하는 7.6으로 관측된 바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