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것은 그룹 내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금융 계열사의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삼성과 같은 금융 소그룹을 만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그룹의 진출로 생보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현대차그룹, 금융 포트폴리오 구축

현대차그룹, 녹십자생명 인수…국내 2위그룹 진출에 생보업계 '초긴장'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HMC투자증권 현대커머셜 등 4개다. 여기에 보험사가 추가되면 현대차그룹은 은행만 없을 뿐 금융사업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금융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한 것은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하면서다. 당시 자동차산업에서 생산과 판매에 이어 리스 할부금융 등 금융분야가 중요해지는 추세에 발맞춰 금융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사장이 현대카드 ·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금융 부문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업계 1위,현대카드는 업계 2위까지 뛰었고 신흥증권에서 이름을 바꾼 HMC투자증권도 증권업계 10위권으로 도약했다.

그룹 내에서는 이들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비록 녹십자생명이 지금은 중소형 보험사지만 현대차그룹 임직원 15만명이 잠재적인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보험사업 진출에 성공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와 철강의 수직 계열화와 더불어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에 이어 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갖게 된다.

◆생보업계 지각 변동 불가피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최종 인수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관련 법규상 보험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 제10조 4항에 따르면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금융 관련 법령에 따라 인 · 허가 또는 등록이 취소된 금융회사의 대주주 혹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대주주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예전 계열사인 현대생명이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돼 공적자금이 투입된 적이 있어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부실금융회사 대주주 문제는 2004년 예금보험공사의 채권을 무상으로 출연한 바 있어 해소된 것으로 본다"며 "현대생명이 정리된 지 10년이 넘었고 현대차그룹의 자본력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금감원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생보산업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 생보업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내년 3월 농협이 경제 부문과 신용 부문으로 분리되면 자산 규모만 33조원에 달하는 농협생명이 새로 출범하게 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