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등급 1000만명 '인플레'
지난달까지 신용등급이 9등급이었던 직장인 김모씨는 이달 들어 자신의 신용등급이 2단계나 올라간 것을 보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김씨는 그러나 해당 은행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신용등급은 여전히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개인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신용평가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1000만명 정도가 김씨처럼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했거나 연체금액이 10만원을 밑돌 때에는 종전엔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기준이 바뀌면서 이제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의 경우 지난 4월 현재 신용조회 기록정보가 신용평가에 반영된 사람이 307만명,10만원 미만의 연체정보가 평가에 반영된 경우가 749만명 등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그러나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하자는 취지에서 10월부터 신용조회기록 및 10만원 미만의 연체정보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90일 미만의 연체정보는 상환할 경우 종전 5년에서 줄인 3년간만 반영키로 했다.

이에 따라 4072만명의 개인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서만 이달 들어 1000만명가량의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이스 관계자는 "바뀐 신용등급을 정확히 집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조회기록과 10만원 미만 연체가 평가에 반영됐던 1056만명은 이번 조치에 따라 신용등급 상승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평가대상자가 4029만명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이달 들어 100만명 이상이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으로 집계했다. KCB는 이번 조치 이전부터 조회기록 및 90일 미만 소액 연체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어 등급 상승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KCB 관계자는 "신용등급 1등급과 2등급이 각각 20만명과 13만명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등급이 높아졌다고 해서 대출금리가 내려갈지는 의문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등급 기준을 대출 업무 등에 활용하지만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은행 거래 실적 및 기여도 등 더 많은 평가 기준이 있어 자체 신용등급 체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체계를 점검 중이라는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및 수익성 차원에서 다른 평가 기준을 좀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