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자기자본 3조 채워…세계 최고 헤지펀드 시스템 도입하겠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61)에게는 취임 초기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었다. ‘관료 출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라는 것이다. 30년 넘게 경제관료로 일한 최 사장의 경력으로 볼 때 당연한 수식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완전 경쟁이 벌어지는 증권업계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과 우려의 시선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현대증권 사장을 맡은 지 3년 반이 지나면서 최 사장을 굳이 ‘관료 출신’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지난 3년여간의 실적을 통해 세간의 의심과 우려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4~6월)에도 업계 최대 순이익을 냈고 위탁영업 외에 자산관리, 자기자본 투자, 투자은행(IB) 업무 등의 수익 비중을 높여 균형잡힌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최 사장 본인이 공언한 대로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하는 ‘대한민국 대표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과제가 남았다.

▶8월 이후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입은 고객이 많을 텐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익률로 보답하는 것입니다. 최근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과 적립식 상장지수펀드(ETF) 랩 등을 내놓은 것은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주가가 하락해도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죠. 고객과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전국 140여개 지점은 물론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시의적절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현재 사내에서 운영 중인 헤지펀드 TF(태스크포스)를 분사해 자회사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 TF팀이 헤지펀드를 시험운용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유명 헤지펀드 운용사와 제휴할 계획입니다. 현재 2~3개사와 접촉하면서 제휴를 추진 중입니다. 이들로부터 운용 기법을 전수받고 판매망 구축에 관한 노하우도 얻을 생각입니다. 헤지펀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아직 생소해 시장이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펀드오브헤지펀드 등 간접투자 형태의 헤지펀드를 출시해 고객 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헤지펀드에 투자자 모집, 대차거래, 자산수탁,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연말까지 프라임브로커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인 3조원을 충족하게 됐습니다. 현재 관련 TF를 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헤지펀드가 사용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입니다. 한층 강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매매 포지션 관리에서부터 성과 보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자 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글로벌 IB 사업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국내 IB 시장은 공급자가 너무 많아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자금 공급 시장이 초기 단계인 신흥국에 적극 진출해야 합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거액자산가(VIP)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금융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국내 개인금융 시장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과 거액자산가 시장으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증식을 위한 상품은 물론, 연금 등 은퇴 관련 상품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파생상품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주식 금리 상품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적절한 위험 관리를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방침입니다.”

▶IB 부문에서는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는데,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IB 부문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리츠처럼 다양한 구조의 딜을 진행하고 여러가지 자산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 채권 증자 주식연계채권 등을 통해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기업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집중해 ‘메가딜(대형 거래)’을 이끌어낼 방침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IB의 위험성 또한 드러났습니다. ‘자율과 경쟁’, ‘규제와 안정’ 사이에서 한국형 IB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글로벌 IB로 성장하려면 해외 영업망 확충도 필수적일 텐데요.

“홍콩 현지법인을 글로벌 IB 사업의 거점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칠 계획입니다. 다른 해외 법인과 사무소가 보유한 인력과 물적 자원 중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것을 홍콩에 집중시킬 것입니다. 신규 진출할 국가로는 인도네시아를 검토 중입니다. 현지 증권회사를 인수하거나 합작투자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호찌민 사무소는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업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사무소는 QFII(적격 외국인투자자제도) 업무와 프리IPO(상장 전 자금 유치)가 중심이 돼야 하고, 호찌민사무소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구조조정 자문, 알마티 사무소는 채권 중개에 집중해야 합니다.”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있습니까.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들과 경쟁하려면 자기자본이 5조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M&A를 위해서는 시장 환경과 제도 등의 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여건이 성숙하고 좋은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M&A 등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증권사 M&A와 별도로 수신 기반을 확보, IB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대영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료 출신 CEO로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공무원 생활을 할 때는 ‘갑(甲)’의 위치에 있을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을(乙)’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고객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에 대해서도 지시보다는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순이익을 1위로 끌어올렸고,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리스크 관리 등 경영 시스템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저는 비즈니스맨일 뿐입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