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한 · 미 정상이 통화스와프를 논의했느니,안 했느니를 놓고 볼썽사납게 다툰 게 불과 닷새 전이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통화스와프 추진은 자칫 한국이 엄청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한 · 미 통화스와프가 필요없다고 장담했다. 그런 재정부가 어제는 느닷없이 700억달러 규모의 한 · 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자랑스레 발표했다. 미국과는 불필요하다면서 일본에는 우리가 먼저 요청했다는 설명에 이르러선 난청 증상이 있는 게 아닌지 귀를 의심해야 할 정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 · 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뚫고 치솟는 위기 상황에서 300억달러 규모의 한 · 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은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축통화국으로부터 위급할 때 달러를 수혈받을 권리를 확보한 한국에 대해 국제금융계가 의혹의 눈초리를 거뒀다는 점은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로 다시 환율이 뛰자 외환보유액을 헐어 찔끔찔끔 환율 방어에 쓰는 것보다는 통화스와프가 비용도 덜 들고 훨씬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에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대폭 늘려 일단 외환 걱정을 한결 덜게 된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시장에 가장 확실한 시그널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이다. 일본과의 스와프 라인 중 300억달러는 엔화로 들어오는 것이어서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헤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한다. 어떻든 통화스와프 확충 뉴스가 전해지면서 어제 환율이 13원70전 내리는 등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혼선을 빚은 지 1주일도 안 돼 일본과는 대규모 스와프를 체결한 경위에 대해선 소상한 해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마땅하다. 관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외교부 북미라인이 의욕과잉을 보였던 일이고 그래서 재정부 국제금융라인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결국 나랏일에 관련된 중대사안을 관료들의 주도권 다툼이나 홍보 이벤트로 삼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환란을 겪고 10여년이 흘러도 아마추어 티를 못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