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애플과 부품 얘기 끝냈다"…아이폰5에도 삼성 칩?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내년에 나올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5에 삼성전자 칩이 탑재될 것임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사장은 19일 스티브 잡스 전 애플CEO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부품공급은) 2012년까지는 올 상반기에 이미 (애플 측과) 얘기를 끝냈고, 2013년~2014년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얘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4일 기존 아이폰4에서 성능을 약간 개선한 아이폰4S를 내놓았고, 차세대 아이폰5는 내년 상반기께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칩은 삼성전자가 독점으로 공급해왔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로 PC로 치면 두뇌격인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전 세계서 특허전쟁을 벌이면서 애플이 아이폰5에 들어가는 A6칩은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의 TSMC에 위탁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미 현지 언론들도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지난 7월 "애플이 TSMC에 A6칩의 시험생산을 위임했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부품공급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발언을 통해 특허소송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대 파트너사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니를 제치고 최대 고객사로 떠오른 애플과 등을 돌리는 것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고, 애플 측에서도 제품의 완성도와 안정적인 부품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IT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와 9to5mac 등은 한국의 코리아타임즈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5에 삼성전자에서 만든 A6 쿼드코어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사장은 이날 "추도식 다음 날 팀 쿡 애플CEO와 2시간 가량 회동을 가졌다"며 "과거 잡스와 어려웠던 이야기, 위기극복, 양 사 간 좋은 관계 구축,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에 대한 질문에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소송은 물론 시장에서의 경쟁 또한 공정하면서도 치열하게 할 것"이라며 "(추가소송은) 법무팀이 경영진과 협의해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지난 17일 스탠포드 대학교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 잡스의 추도식과 관련해 "경건하게 잘 끝났다"며 "잡스가 돌아가시기 전 어떤 추도식을 원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하고 간결하게 추모 행사를 잘 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