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세상…미술로 풀어낸 소통의 기술 '4人4色'
'창조적인 예술은 작가에 의해 완성되는 게 아니다. 관람객이 작품의 가치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예술은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

'현대미술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의 예술소통론이다. 오는 12월4일까지 서울 신문로 덕수궁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소통의 기술'전은 미술가들이 사회와의 소통 방식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소개하는 자리다. 뉴미디어 · 설치 ·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함양아 씨(한국)를 비롯해 안리 살라(알바니아),필리프 파레노(알제리),호르헤 파르도(쿠바) 등 4명의 크로스오버 작품 11점이 나왔다.

파리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알바니아 미디어 아티스트 안리 살라는 2003년작인 도시공공미술 프로젝트 '색칠해 주세요'를 내놨다. 그는 평양처럼 우울한 도시 티라나에 빨강 파랑 노랑 등을 활용해 도시 공간의 소통을 꾀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정한 올해의 예술가상을 받은 영상 · 설치작가 함씨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개인의 소통 문제를 영상과 설치,조각 등으로 풀어냈다. 2008년 '플랫폼' 전시에 출품된 영상작품 '새의 시선'은 옛 서울역사를 촬영한 것.먼지가 가득한 역사 사이로 비둘기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화면에 소통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녹여냈다.

꽉 막힌 세상…미술로 풀어낸 소통의 기술 '4人4色'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인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다. 쿠바의 호르헤 파르도는 색채와 빛,램프,식탁,의자,사진 앨범처럼 개인적인 물건을 배치한 2010년작 '불고기'를 내놓았다. 바닥에 깔린 화려한 무늬의 카펫과 쿠션들이 다채로운 오브제와 어울리며 LA 한인들의 이민문화를 되비춘다.

필름 메이커이자 문인인 필리프 파레노는 연극 무대를 전시 공간에 설치한 2003년작 '화성에서 온 소년'을 출품했다. 고대 그리스 신전이 신과 인간의 소통 통로로 이용됐듯이 미술관과 연극 무대가 상상력과 현실이 교차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는 "개인적인 일상과 사회적인 메시지,예술 간의 소통을 위해 따로 또는 함께 활동해온 작가들의 작업이 서울에서 만나 새로운 소통과 창조적 해석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달 20일까지 소통에 대한 생각을 UCC로 제작한 작품 공모전도 진행한다. (02)2188-604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