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찾아온 조정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코스피 상승 여력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상승 랠리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이는 조정 빌미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둔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에 대한 희망도 살아나고 있어 안도랠리의 연장선이 더 길게 펼쳐질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 "독일이 끼얹은 찬물은 조정 빌미에 불과"

18일 코스피지수는 9거래일만에 2% 이상 급락세로 출발했다. 기술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유럽문제에 대한 독일 측의 부정적인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판 자르베르트는 베를린에서 브리핑을 갖고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재정적자를 극복할 방안이 EU 정상회의에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인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코스피는 장중 안정을 되찾으면서 1% 내외로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기관과 9거래일만에 돌아온 개인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23일 EU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인 위기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는 독일 정부 발언은 당연한 것"이라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말일 뿐"이라며 "외국인이 특정 업종을 내다파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술적 조정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전했다.

유럽문제가 단 한번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없었던 만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조정에 빌미가 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코스피 1900선 외치는 증권사 늘어나

EU 재무장관 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둔 기대감도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EU 정상회담에서 은행 자본 확충안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레버리지(차입) 확대 등 '그랜드 플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경우 시장은 환호할 것이란 예상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도 유럽문제 해결을 위한 큰 그림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 요인이 아직 살아있는데다 미국 경제지표들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안도랠리는 연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연구원도 "큰 이벤트를 앞두면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G20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정책 기대감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면서 지수 반등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한양증권 등 증권사들이 코스피 밴드 상단을 1900선 위로 열고 나섰다.

지난 4월 27일 기록한 코스피 장중 사상최고치(2231.47)에서 9월 저점(1644.11)까지 하락폭의 50% 되돌림 수준이 1940선으로 계산돼 1900선 초중반까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로 1900선 터치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단기저항을 감안해 2000선 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조 연구원은 "11월 초까지는 코스피가 1930선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수가 이벤트를 앞두고 잠시 횡보하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매수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