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원적지 관리와 관련한 담합 과징금 통보를 받은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3사가 속앓이 중이다. 과징금 납부 규모도 만만치 않지만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담합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마음은 바로 행정소송을 하고 싶지만 강하게 대응했다 정부 눈밖에 날까 두려워서다.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할지 법원에 행정소송을 할지는 20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통보받은 과징금은 다음달 중 내야 한다. 이후 절차에 따라 '결백'을 인정받고 과징금을 돌려받겠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생각이다. 에쓰오일은 2007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행정소송을 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과징금을 돌려받았다.

이번에도 "담합한 사실이 없다"는 정유사들로서는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둘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싶어하는 정유사들로서는 행정소송을 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의신청은 공정위에 재심을 요구하는 것인데,공정위가 과징금 통보 후 넉 달간 고심 끝에 최종의결서를 보낸 만큼 재심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하면 공정위에서 재심을 하고 60일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데 이 기간은 한 달간 연장할 수 있다"며 "재심 결과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후 정유사는 30일 이내 행정소송으로 갈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가면 바로 행정소송을 하는 것보다 최대 4개월 결정이 늦어진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행정소송을 하는 게 맞겠지만 기름값과 관련한 정부 입장이 워낙 강경한데다 휘발유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강경하게 얘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행정소송으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기간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마음이 급한 정유사들로서는 답답한 처지다.

공정위는 원적지 관리와 담합 과징금에 대한 최종의결서를 지난달 정유 3사에 전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1337억원,현대오일뱅크는 750억원,에쓰오일은 438억원의 과징금을 다음달 22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담합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GS칼텍스는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원적지 관리란 정유사가 매출이 높거나 상징적인 지역에 있는 경쟁사 폴의 주유소를 자사 폴로 바꾸거나 뺏기지 않기 위해 특혜를 주는 행위 등을 뜻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