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만으로 공기업 인수?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케이엘넷이 대규모 차입에 의존한 개인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케이엘넷은 국가 기간망인 물류 전산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요한데도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다 보니 심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엘넷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정모씨는 인수자금 157억원 중 140억원을 기업은행에서 차입했다. 담보물은 정씨가 최근 인수한 케이엘넷 주식 588만4890주(지분율 24.79%)와 보유토지, 예금 등이다.

정씨는 지난 9월 명진선박 코아뱅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엘넷을 인수했다. 케이엘넷의 기존 최대주주인 여수광양항만공사(옛 컨테이너부두공단)는 지난 8월 정씨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보유 주식 596만400주(24.68%) 전량과 경영권을 157억87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명진선박과 코아뱅크는 각각 0.16%의 소수 지분만 가져가고,정씨가 대부분 지분을 인수했다. 케이엘넷은 잔금 납부일인 지난 7일 정씨 등이 자기자금으로 인수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씨는 1주일 뒤인 14일 지분 출처 중 상당액이 은행권 차입으로 이뤄졌다고 정정공시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케이엘넷 매각에 대규모 차입이 동원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케이엘넷의 사업은 공공적 성격이 강해 대주주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자금 동원에 문제가 있으면 인수인의 지위를 박탈한다는 귀책 사유를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