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보험상품의 이율을 담합했다며 생명보험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일부 생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과당 경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표준이율'을 제시해 왔는데 이를 따라간 것을 담합으로 모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삼성 · 대한 · 교보생명 등 16개 생보사들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개인보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한 것을 적발해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생보사 "법적 대응 검토"

한 생보사 관계자는 17일 "시장 금리 추이로 보면 회사별로 이율 차이가 클 수 없는데도 비슷한 금리체계를 썼다고 담합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을 모색하고 있는 생보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생보사는 실무자들이 정보 교환을 위해 단순한 모임을 가진 것일 뿐 명시적인 담합 행위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장점유율과 보험료 측면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소송에 들어간다면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이 아닌 개별소송 형식이 될 것"이라며 "다만 효율성 측면에서 한 법무법인을 집중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공정위에 가장 먼저 신고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은 교보생명과 두 번째로 고백해 50% 감면받은 삼성생명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2008년 8월에도 퇴직보험 상품의 예정 · 공시이율 담합과 법인단체 상해보험 가격담합 등으로 모두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 제재에 불복한 삼성생명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고등법원까지 패소한 후 현재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감원 "실태 조사 후 징계 논의"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시정명령을 받은 생보사들을 대상으로 전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공정위 조사 결과가 생보사에 공식 통보되는 대로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생보사들이 표준이율을 금감원에서 제시받은 이후에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별도로 회합을 했는지 등을 살펴본 뒤 징계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담은 공문이 11월 말께 통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실태조사는 12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생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금소연은 이날 "생보사들이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해 보험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이 최소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동대책위를 결성해 생보사의 확정이율형 상품과 금리연동형 저축보험,연금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를 모아 공동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소연은 생보사들이 이자율을 담합해 대부분 기준 이율보다 0.3%포인트 낮게 적용했으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확정형 예정이율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매년 2조8000억원씩 총 17조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균/류시훈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