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모드 표시 등 UI 침해"…삼성, 애플에 반격수위 높여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냈다. 지난 5일 프랑스,이탈리아 법원에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17일 전선을 일본 호주로 넓혔다.

삼성 측은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4S를 판매하는 시점에 맞춰 추가 소송을 내겠다는 전략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일본 호주에 낸 소송은 문제 삼은 특허침해 내용과 제기시점을 볼 때 그 의미가 좀 다르다. 통신특허가 아닌 유저인터페이스(UI) 침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고,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날 오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직후 추가 소송을 냈다는 점에서다.

◆삼성-애플, 전세계 10개국서 공방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 세계 10개국에서 특허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각국별로 소송내용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대체로 애플은 '삼성 제품이 자사 디자인과 UI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특허를 침해했다"고 반박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가처분소송이 그렇다. 애플은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선 디자인 침해를 문제 삼아 승소했고,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에선 디자인과 '포토 플러킹'이란 UI특허를 문제 삼아 UI특허만 인정받았다. 미국 법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낸 소장에서 통신특허 침해만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가 1000건에 불과한 애플에 비해 1만1500건이 넘는 통신특허를 보유했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날 일본에서 3건의 UI특허 침해를 제기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지난 14일 네덜란드 법원에 제기한 통신특허 침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가 UI쪽으로 대응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네덜란드 법원 판결과는 상관이 없다"며 "그동안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일 뿐 우리가 지닌 UI특허도 많아 이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탑승 때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비행모드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아이폰뿐 아니라 대부분 스마트폰에 쓰인다. 앱스토어를 교육 · 스포츠 등 카테고리에 따라 트리 형태로 표시하는 것도 삼성이 지닌 특허다. 애플 앱스토어가 이를 모방했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I특허를 일본에만 낸 것은 현지 법원의 판결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통신 특허와 함께 앞으로 소송전에서 UI특허침해 문제를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삼성전자의 UI 공세가 받아들여지면 애플은 삼성 특허를 사용하지 않는 회피전략을 써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출시모델이 몇 안되는 애플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된다.

◆애플 압박 강도 높이기 위한 포석

이재용 사장이 애플의 쿡 CEO와 만난 직후 소송을 낸 점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17일 오전 별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출국하면서 "쿡 CEO와 만나겠지만 특허분쟁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업계에선 두 회사가 화해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호주에 추가 소송을 내면서 이런 관측이 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선 이 사장과 쿡 CEO의 만남과는 별개로 이번 추가 소송을 애플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애플과의 타협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UI특허까지 포함한 추가 가처분소송을 통해 '소송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